세계 모든 말, 훈민정음 28자면 다 쓸 수 있다
[서평] “옛글자를 사용한 21개 외국어 회화 표기 예”, 반재원ㆍ허정윤
“우리나라 말은 중국말과 달라, 우리말은 한자로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우매한 백성은 끝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능히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누구든 쉽게 익혀 날마다 편하게 사용하게 할 따름이다.”
위 구절은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것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 구절을 다시 새겨보는 것은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까닭은 백성사랑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지배층만을 위한 글자가 아니라 어떤 이라도 쉽게 배워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려는 따뜻한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약 6,500여 종의 언어가 있으나 이중 문자가 없는 언어가 약 3,0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민족은 남의 글자를 빌려 쓰거나 문맹으로 지낸다. 하지만, 남의 글자를 빌려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공부를 제대로 못한 민중은 어려움 속에 살기 마련이다. 그를 안타깝게 여긴 한글운동가들이 훈민정음으로 그들 글자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리글”이란 글자로 오랫동안 세계 글자 없는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주는 운동을 해온 뉴욕주립대학교 김석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종 때에 벌써 중국말은 말할 거 없고 세계 어떤 언어도 표기할 수 있도록 만국음성기호적 문자 (Universal Script)가 창제되었다. 실지로 이때 만든 글자들은 당시 중국어 자전 홍무정운(洪武正韻)을 신숙주, 성삼문 등이 훈민정음으로 편찬한 동국정운(東國正韻-중국어의 한국어 발음) 자전에서 이미 썼다. 그러니 이제 세종대에 이미 써왔던 역사 사실을 되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김 교수의 말마따나 세종은 훈민정음을 만국음성기호적 문자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하면 세상 어떤 말도 표기할 수 있다. 실제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글자는 11.172자로 정인지가 훈민정음 서문에서 “바람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이 글자를 가지고 적을 수가 있다.”라고 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학자에 따라 24자만 가지고 가능하다고 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28자만이 아닌 몇 글자를 더 만들어 보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훈민정음을 30년 동안 연구해온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장은 세종이 창제한 원래의 훈민정음 28자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그 연구의 결실을 묶어 도서출판 한배달을 통해서 ≪옛글자를 사용한 21개 외국어 화화 표기 예≫라는 책을 펴냈다.
현재 한글의 세계 공용화를 위하여 많은 학자가 외국어 표기방법에 대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영어표기법, 중국어 표기법, 베트남어 표기법 등 몇 나라의 외국어표기법을 개발하기는 했을 뿐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펴낸 ≪옛 글자를 사용한 21개 외국어 회화 표기 예≫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힌디어, 미얀마어까지 무려 21개 나라말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한 사례를 보여주어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이후 처음 시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참으로 크다 할 것이다.
이 책은 옛 글자의 음가복원, 한글의 국제 발음기호화, 그리고 문자가 없는 많은 소수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줄 수 있는 바탕이 될 나라별 발음기호와 일상 회화 문장의 활용 예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지난해 ≪한글 창제원리와 옛 글자 살려쓰기≫를 펴낸 적이 있는 지은이는 이의 후속작업을 위하여 그동안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채록한 현지인의 발음도 많이 참고하였다고 한다.
옛 글자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은 당혹해 할 수도 있어서 지은이는 외국어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영어 발음을 이 책의 첫 장에 놓아 옛글자의 음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외국어 발음뿐 아니라 앞으로 한글 국제 발음기호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와 모든 외국어의 잘못된 발음 교정교육과 언어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조목조목 제시해준다.
또 북녘의 컴퓨터 학자와 남녘의 컴퓨터 학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제 학술 발표회에서 논의된 없어진 4글자의 컴퓨터자판 삽입 위치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고 있으며 없어진 4자의 휴대폰 배치와 세벌식 자판과의 연결도 제시해주고 있어서 한글의 정보화, 세계화에 크 이바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은 한글을 국제무대로 내보내기에 앞서 먼저 그들의 말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는 기능성 상품으로 개발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자 옛글자의 음가 복원과 옛 글자의 사용은 외국어의 표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여서 이것이 논의되지 않고는 한글 세계화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어쩌면 한글의 무한 가능성에 대한 확인으로 세계의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극찬하여 마지않는 세계 최고의 글자 한글에 날개를 달아준 작업이 아닐까? 또 지은이의 훈민정음 연구와 이 책의 발행은 세종임금의 뜻을 현대에 가장 잘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
'알아 둘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국악 짓밟는 초등학교 교육, 이대론 안 된다 (0) | 2016.02.19 |
---|---|
[스크랩] 평안도다릿굿으로 청중에게 술과 돈을 주다 (0) | 2016.02.16 |
[스크랩] 서도민요의 떠오르는 별 보았다 (0) | 2016.02.11 |
[스크랩] 세상을 두루 편안하게 하는 태평소 소리를 들으셨어요? (0) | 2016.02.09 |
[스크랩] 일본 아스카 시대 유물, 대부분 한국 불교예술이다 (0) | 2016.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