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민요의 떠오르는 별 보았다
경서도 소리 뉴프론티어 김수진 공연 열려
“한산낙목 찬바람에 새옷지어 넣어두고 날마다 기다릴제 허구헌 긴긴날에 이마우에다 손을얹고 뫼에올라 바라다가 망부석이 되겠구나” 위는 서도 잡가의 “초한가” 일부로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가 싸웠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 초한가를 즐겨 부르는 서도 소리꾼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자이며, 지영희 전국경서도민요대회 금상을 받은 그리고 현재 서도연희극보존회 단원인 김수진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 김수진이 어제(8월 1일) 저녁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을 했다. 김수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기획자는 “절차탁마(切磋琢磨)”로 표현했다. 옥을 갈고 닦아 빛을 내는 것처럼, 학문이나 예술을 배우고 익히겠다는 김수진의 마음가짐을 얘기하는 것이리라. 공연은 먼저 《적벽부(赤壁賦)》부터 시작하여 수심가, 개성산염불, 초한가 등의 전통 잡가를 먼저 부른다. 무대에 많이 서보지 못해 두려워했다는 말과는 달리 탁자 앞에 앉아 적벽부를 소리하는 모양새부터 상당한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후반부 동료 소리꾼들과 함께 금드렁타령, 투전풀이, 청사초롱, 신경발림 등의 해학적인 소리를 부른다. 특히 굼베타령이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전갑섬타령을 부를 때는 익살스러운 동작과 맛깔스러운 소리에 청중들의 손뼉이 절로 나온다. 공연 중간에 잠시 나온 김수진의 스승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선생은 “연습할 때 야단을 많이 쳤다. 그래서 수진은 이렇게 벅찬 것을 왜 하라고 했느냐며 힘들어했다. 그런데 오늘 수진이 연습한 것 이상으로 잘하는 걸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라며 울먹여 청중의 큰 손뼉을 받았다. 마지막은 서도 소리꾼들의 경기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노래가락, 청춘가, 창부타령, 뱃노래를 부르자 온 청중이 경쟁하듯 따라부른다. 서도 소리꾼들의 경기소리는 원래 경기 소리꾼과는 달리 깊은 농현을 통해 강하고 멋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서울 이문동에서 온 이인순(63) 씨는 “오래 살고 봐야 해. 이렇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라며 줄곧 따라 부른다. 객석 한쪽에는 청소년들이 있어 공연이 끝난 뒤 다가갔다. 수락고등학교 2학년 최규서 군과 8명의 학생은 “멋있어요.”, “재미있어요.”를 연발한다. 최군은 특히 전갑섬타령은 꼭 배워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연이 끝난 김수진은 “공연하기 전 부담감이 참 컸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따뜻한 가르침과 선생님께 같이 배우는 식구들의 큰 도움으로 제가 무대에 어려움이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게 해주신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같이한 소리꾼들은 이나라, 장효선, 공미연, 주예술, 류지선, 이유선, 이은혜 등 7명이었으며, 장구 김민우, 피리 김세윤, 해금 김지희, 대금 이현동이 함께 했다. 민요는 오랫동안 우리 겨레와 함께해온 노래이다. 민요는 유행가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어버이에게서 자식으로, 자식에게서 손자로 전승되며, 그 전승도 문자나 악보를 매체로 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끈끈한 민중의 소리이다. 이 민중의 소리 민요, 그 가운데 서도 소리는 이날 김수진에 의해 빛을 발했고, 김수진은 서도소리의 떠오르는 별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런 소리꾼들을 사랑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우리 음악은 더욱 크게 발전해나갈 젓이다. 무자년 한여름밤 우린 아름다운 소리에 푹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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