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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놈현스럽다” 사태, 국립국어원 쇄신기회 삼아야

문근영 2015. 10. 22. 00:17

“놈현스럽다” 사태, 국립국어원 쇄신기회 삼아야

[논평] 국립국어원은 정치적 논란 자처말고 국어정책 올바로 잡아나가야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사전에 없는 신조어>

                                     책 표지 ⓒ  태학사

 

최근 나라의 국어정책을 관장하는 국립국어원은 “놈현스럽다” 사태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561돌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어원이 3종의 책을 펴냈는데 그 가운데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 내용 중 “놈현스럽다”라는 말 때문에 엄청난 항의 속에 묻혀 있다는 소식이다.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는 국립국어원이 낸 국어자료총서 2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새로 만들어 쓰인 새말들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이 책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주요 관심사가 되었던 일들이 무엇인지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말썽이 난 “놈현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라는 뜻의 신조어다. 이 책이 나오자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연구기관도 아닌 국가기관에서 국가원수 모독에 해당하는 표현이 포함된 책자를 발간하는데 신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들리는 말로는 청와대와 국립국어원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일부 누리꾼들이 국립국어원 누리집 “나도 한마디”에 항의의 글을 올리고, 전화로도 항의한다는 소식이다. 짐작건대 이런 소동은 국립국어원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음이다.

 

 

▲국립국어원 안내그림. 국립국어연구원은 한 나라의 겨레말을 총괄하는

   기관이므로 정치적 논란 자처하는 것보다 올바른 우리말글 정책을

                        바로잡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 국립국어원

 

여기서 우리는 이 사태의 본질을 짚어보았으면 한다. 먼저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굳이 나라의 국어정책을 관장하는 국립기관이 발행할만한 책인가 하는 것이다. 국어정책기관은 국가 언어 정책의 줄기를 세워나가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사실 국립국어원이 펴낸 ≪국어대사전≫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그동안 펼쳤던 많은 정책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은 먼저 그런 것부터 정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꼭 해야 할 만한 것이 아닌 신조어 연구는 일반 학자들에게 맡겨야 했다고 본다. 그런데 굳이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을 펴낸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국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국립국어연구원 시절부터의 기관 내부에 눈살을 찌푸린다. 특히 이 기관의 수장인 원장과 핵심 부서장 그리고 연구원들은 대부분 ‘ㅅ’대 출신이 독차지하면서 문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 ‘ㅅ’대 출신 학자들은 비교적 한자를 좋아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로 한글을 사랑하는 학자들과 큰 갈등이 외부에까지 알려졌으며, 그런 성향속에 국립국어연구원 답지 않게 일부 부적절한 정책을 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06년 1월 현 이상규 원장이 취임하면서 국립국어원은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이상규 원장은 기존의 보수적이었던 원장들과는 달리 모든 정책을 지극히 국어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았고, 처리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국어원이 561돌 한글날에 같이 펴낸 책들. <방언이야기>와

<외래어 이렇게 다듬어 쓰자> 책 표지  ⓒ 태학사

 

그러자 그동안 조용했던 내부는 술렁였고 대체로 원장의 뜻에 따르기를 주저하는 움직임이 일었다는 관측이다. 그러다 이번에 발행된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계기로 그런 움직임이 눈에 드러났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원장의 성향에 거부감을 보이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말썽날 책을 발간하여 원장을 궁지에 몰려고 했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어느 기관이든 개혁과 현상 유지 내지는 보수 세력과의 갈등은 있게 마련이고, 그런 과정에서 개혁 성향의 수장이 낙마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이번 사태는 그런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모처럼 원장다운 원장이 나서서 국어정책을 올바로 바로잡아 나가는 이때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나라의 근간이다. 미국이 영어로 세계를 제패했고, 반면에 중국 연변대학교 김병민 총장의 말마따나 만주족은 말(馬과 言)에서 내리면서 이미 끝난 것이다. 언어정책이 나라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기에 적어도 국립국어원은 그런 일이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발 이 사태를 거울로 삼아 국립국어원은 올바른 국어정책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라!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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