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2010 경향신문

문근영 2015. 4. 22. 08:18

직선의 방식
                    카프카  이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순한 정직이다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긋고 열리는 일이나
별빛이 어둠 속을 뻗혀와
여과 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것도
직선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직선의 힘을 얻어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놓지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 인하여 빨래는
마음놓고 햋볕에 말릴 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는 빨래줄로 말미암고
빨래줄은 바지랑대 때문에 더욱 올곧아지는

그 기꺼운 방식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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