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살이는 낭만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불만은 없다. 요즈음 돌아서면 웃자란 풀과의 전쟁으로 지내지만 도시 살림살이보다 좋은 점은 제철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집 앞 텃밭에 심은 상추는 네 식구가 매일 먹어도 다 못 먹을 정도로 실하다. 많이 심은 것도 아니고 주방의 식탁 넓이만큼만 심어도 햇볕이 좋아 그런지 무성하게 자라 연일 밥 먹는 시간이 즐겁다.
그뿐만 아니라 부추전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에게 도시의 슈퍼에서 한 줌밖에 안 되는 단 묶음에 2천 원씩 하던 부추는 정말 감질났는데 이곳에서는 언제나 싱싱한 것을 먹을 수 있어 좋다. 어디 그뿐이랴!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텃밭에 나가 파를 바로 잘라다 넣어 먹을 수 있으니 도시에서는 생각지 못할 일이다.
하지가 곧 다가오니 감자도 캘 때가 되어 어제는 텃밭에 심은 감자를 일부 캤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살살 감자몸을 다치지 않게 감자를 캐어 바구니에 담는 기쁨은 경험한 자만이 알리라. 실한 감자를 껍질째 씻어 마당에 걸어둔 가마솥에 넣고 쪄내니 뽀얀 분을 낸 잘 익은 감자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툇마루에 열무김치랑 꺼내 놓고 이웃 할머니 두 분을 불러 함께 먹는 기분이 그만이다.
도시에서는 슈퍼에서 감자를 사다 쪄도 이웃과 나눠 먹을 생각은 미처 못 했다. 100그램 단위로 파는 감자값도 무섭지만 무엇보다도 맞벌이로 바빴기에 그런 생각은 엄두도 못 냈었다. 주말에 쉰다고 해야 피곤해서 겨우 밀린 일 하기가 고작이었다. 컴퓨터 부품업을 하던 남편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점점 어려워져 결국 두 손을 들고 낙향한 셈이다. 큰아이가 4학년 작은 녀석이 2학년이던 재작년에 내려와서 농부 2년차인 우리는 제법 농사가 많은 남편의 사촌형님네 일을 돕고 지내고 있다.
우리는 땅 한 뙈기도 없지만 한우를 키우면서 논농사, 밭농사가 제법 있는 형님네에서 농사일을 배우다 보면 뭔가 길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도시에서 살 때도 불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금 잘 될 때는 잘 나가나 싶었지만 내리막길로 들어설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농사는 그런 기복은 없는 것 같다. 큰 부자가 되기도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세끼니 먹고사는 일로 고민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포실한 제철 감자를 한 솥 쪄서 흰구름 흘러가는 초여름 낮에 툇마루에 앉아 이웃과 방과 후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한입 가득 하지감자 맛을 보는 재미는 도회지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행복감이다. 주말엔 서울친구 두어 명 불러들여 감자부추전이라도 부쳐 먹어야 쓰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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