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연(奇緣)/이창수
눈 덮인 무덤에 손자국이 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득한 높이에
자리 잡은 봉분 위
따뜻한 손가락이 녹고 있을 때
선연한 무엇이 이마에 와 닿는다
저기 무어라 할까
이울어진 목울음으로만 흐르는
애잔한 강바람 소리라고나 할까
산그늘 배웅해주는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라고나 할까
무덤 위의 두 손 맞잡아 들이는
이 마음을 무어라 부를까
<2>-목련은 무엇으로 지나/이창수-
막다른 골목에 카페 레테가 있었다
레테에는 나이 스물의 여자와 마흔의 여자가 있었다
나는 나이 스물 된 여자의 손금을 보아 주었고
마흔의 여자는 그런 내 관상을 보아주었다
목련의 속살을 엿보듯
스물과 마흔의 몸을 찬찬히 훑었다
막다른 골목의 레테에서 술을 마셨다
하지만 지난한 내 하루가 저물도록
두 여자 사이에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없었다
스물과 마흔의 중간에서
목련이 활짝 치맛자락을 펼쳤다
치마가 펼쳐지는 순간 목련이 시들어갔다
손금이나 관상으로는 알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나는 늘 쓸쓸하였다
목련이 지고 나무만 제자리에 남았다
나무는 쓸쓸함을 다해 져버린 꽃을 잊었다
<<이창수 시인 약력>>
*1970년 전남 보성 출생.
*2000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물오리사냥』『귓속에서 운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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