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라의 병을 치료해줄 의사
글쓴이 : 금장태 날짜 : 2011-04-15
몸이 아프면 유능한 의사를 만나고 싶고 나라가 혼란하면 탁월한 통치자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다. 후한(後漢)의 왕부(王符)는 『잠부론』(潛夫論)에서 “상등 의원은 나라를 치료하고, 그 다음 하등 의원은 질병을 치료한다.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바로 몸을 다스리는 형상이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육신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일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의 일은 그 규모에서 크고 작은 차이가 있더라도 그 이치는 같다는 말로 이해된다. 한 개인이 원기 왕성하여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한 나라도 기강이 바로잡혀 강성하기를 바라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병을 병으로 여기지 않아 큰 병에 걸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신이 건강하기를 바라면서도 건강을 해치는 온갖 어리석은 짓을 태연하게 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통치자도 나라를 잘 다스려 보고 싶은 생각이야 간절한데 시행하는 정책마다 새로운 혼란을 일으키는 일이 흔히 있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인가? 무엇이 병인지를 확실하게 모르기 때문에 병을 키우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자도 “병을 병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다”(夫唯病病, 是以不病)고 말했던 것이지도 모르겠다.
과연 내 몸의 병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찾아주는 의사를 만난다면, 그가 바로 내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요, 우리 사회의 병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제시해주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치가일 것이다. 그런데 의사가 내 병을 제대로 진단하여 찾지 못하고, 통치자가 우리 사회의 병을 분명하게 짚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율곡은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역량(德量)을 키워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 역량을 키우지 못하는 기질의 병통을 ‘치우치고 비뚤어짐’(偏曲)과 ‘스스로 잘난 체함’(自矜)과 ‘이기기를 좋아함’(好勝)의 세 가지로 제시한 일이 있다. 치우치고 비뚤어지면 막혀서 두루 통하지 못하니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을 것이고, 스스로 잘난 체하면 자기도취에 빠져 허물을 반성할 줄 모를 것이고, 이기기를 좋아하면 자기변명이나 하며 남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나 의사나 정치가가 병이 무엇인지 제대로 찾아낼 수 없게 될 것은 당연하다. 노자의 말을 뒤집어 말해보면 “병을 병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큰 병에 걸리게 된다”는 말이다.
율곡의 예리한 통찰은 이 병의 증세를 한 꺼풀 더 벗겨 병의 뿌리를 깊이 파고들어 찾아내는 사실이 돋보인다. 곧 이 세 가지 병은 “모두가 사사로움(私) 한 가지일 뿐이다”라 진단하였다. 내 몸에 병이 왜 생기는지, 우리 사회가 왜 혼란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지 온갖 병의 뿌리를 찾아들면 모두가 ‘사사로움’(私)이라는 말 한 마디에 귀결된다는 것이다. 내가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사사로운 욕망에 이끌려 과음·과식하며 나태하거나 몸을 무리하게 함부로 굴리다가 병이 생긴다. 우리 사회도 개인이나 집단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면서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게 되고 집단이기주의가 갈등을 일으키면서 병이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병통은 치우침, 잘난 체함, 이기기 좋아함인데
그래도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여 섭생과 운동의 온갖 건강법을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나라가 사사로운 이기심으로 병이 깊어져도 치료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 기업에서도 기업가나 근로자가 제각기 자기 이익을 내세우면서 대립하면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가 없다. 한 나라 안에서도 공직자는 권력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데 급급하고, 국회는 자기 정당의 이익을 위해 서로 개와 원숭이처럼 서로 싸우기만 하고, 종교인은 자기 종파의 교세를 확장하는데 몰두하고, 국민들은 자기 지역의 이익을 위해 목청을 높이기만 하니, 우리 사회의 병은 이미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사로운 이기심과 제각기 자기주장만 날을 세우고 서로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은 멀리 밀려나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병을 치료해줄 의사는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기야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의사도 법률가도, 학자도 종교인도 모두 ‘사사로움’의 이기심에 깊이 병들어 있으니 ‘사사로움’을 치료할 의사는 아마 우리 마음 바깥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민이 스스로 나라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나서는 길 밖에 없을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아무개를 사랑하는 모임’은 있어도 ‘나라를 사랑하는 모임’은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나라의 건강을 염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모든 국민의 가슴 속에 간직되어 있는 나라의 건강을 생각하는 공정한 마음(公心)에 불을 붙여 사사로운 이기심(私心)이 부끄러운 줄 알게 될 계기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철인(哲人)을 찾아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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