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인사청문회를 보았다면
지난 한주는 매우 우울하고 서글픈 주간이었습니다. 더구나 날씨까지 자주 흐려 수시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서 더욱 글루미한 날들이었습니다. 아무리 못된 짓이 들어나도 ‘죄송’·‘미안’·‘사과’·‘기억못함’이라는 단어만 남발하면 무사통과되는 청문회를 구경한 한주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울함에 반대되는 즐겁고 기쁜 낭보가 날아온 주간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저 멀리 캘리포니아대학 출판사에서 국역된 『목민심서』가 영어로 완역되어 출간되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라도 호남대학교 영문과 최병현교수의 10년 노고로 이룩된 쾌거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대단한 낭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다산학의 영역이 확대되는 큰 학문적 업적이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김영평(고대)·최병선(서울대) 등 쟁쟁한 행정학자들이 다산의 일표이서(一表二書;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신서)를 현대 행정학이라는 렌즈로 새롭게 조명하여 『다산의 행정개혁』·『다산의 행정사상』이라는 학술논문집 두책이 「대영문화사」에서 간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두 개의 학문적 업적은 우리 「다산연구소」의 절대적 협조아래 나왔다는 것이 더욱 우리를 기쁘게 해줍니다. 최병현교수의 업적에 찬사를 올리며, 행정학교수들의 노고에도 치하의 뜻을 전합니다.
『다산의 행정사상』이라는 논문집의 마무리 글이 나이든 나의 가슴까지 뛰게 만들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불출세의 대학자이자 경세가이다. 학자와 경세가는 많지만 그처럼 뜨거운 피를 가졌던 사람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역적죄의 중죄인으로 먼먼 바닷가의 귀양지에서, 자신의 불우와 외로움은 생각지도 않으면서, 가난하고 천한 백성들이 청렴하고 정직한 목민관을 만나 편하고 자유로우며 배고프지 않기만을 그렇게도 바랐던 다산인데, 아니 그처럼 뜨거운 피를 지녔던 분인데, 그분이 살아서 이번 그 ‘죄송청문회’를 지켜보았다면, 그의 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거짓·변명·후안무치의 지도자들을 보면서 다산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저런 지도자들 아래서 가난하고 천한 백성들이 어떻게 되리라고 여겼을까요. 혈압이 오르네, 피가 거꾸로 흐르네라고 말하는 일반 시청자들의 이야기가 많은데, 뜨거운 피의 소유자 다산은 정말 어떻게 넘겼을까요.
역사가 거꾸로 흐르고, 지도자들은 국민을 속이며 부끄러워할 줄 모르지만, 『목민심서』는 영역되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고, 다산의 행정사상과 개혁정신이 온 국민에게 알려질 기회가 왔기에, 아무래도 반가우니 끓는 피는 식게 해야겠습니다. 오르는 혈압도 진정시키며 눈을 감고 청문회는 보지 맙시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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