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둘 상식

[스크랩] 하지(夏至)/ 고영민

문근영 2014. 7. 17. 03:39

 

 

하지(夏至)/ 고영민

 

 

까치가 짖고
고양이가 올려다보는 저녁이다

 

고양이는 이내
등뼈의 긴장을 푼다

 

너무 높다
너에게 가기에는

 

어린 사과나무엔
푸른 사과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어둠이 오고
사과나무의 까치가 가고
사과의 둘레가 가고
고양이가 사라진다

 

다 추억이다
이렇게 너랑 둘이 마주 앉아서
말을 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어둠에 묻힌
사과나무의 지붕에서
오금저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 시집『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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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임금이 성 밖에서 하늘과 땅에 지내는 제사를 교사(郊社)라고 했다. ‘교’는 동지에 하늘을 보고 지내는 제사이고, ‘사’는 하지에 땅에다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절기상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망종 이후 보름째 되는 날이 하지다. 작고한 이문구 작가의 ‘오뉴월’이란 동시가 있다.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주네”

 

 보리를 베고 모내기가 시작되는 망종 이후 하지까지가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때다. 장마와 가뭄 둘 다 대비해야 하는 이때는 일 년 가운데 추수철 이상으로 정신없이 분주한 시기이다. 메밀 파종, 감자 수확, 고추밭 매기, 마늘 수확과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뤄진다. 특히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 속담도 있듯이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다.

 

 하지가 지나면 적기를 놓치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마쳐야 했다. 그리고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비였으므로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가 일찍 찾아와 그럴 염려는 없을 것 같다. 하지에 비가 오면 오히려 풍년이 든다는 속설도 있는데, 오늘이 연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다는 하지다. 일사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그러나 북극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지만 남극에서는 아예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태양숭배 풍습이 있던 동유럽에선 하짓날을 사람과 동물이 대화할 수 있는 날로 여겼다. 그리고 이날 야생화 일곱 가지를 꺾어 베개 밑에 깔고 자면 꿈속에서 미래의 연인을 만난다는 전설도 있다. 그리고 원래는 지금 한창인 밤꽃이 질 때쯤이라야 장마가 시작되었다. 원추리꽃이 피면 장마가 오고, 그 꽃이 지면 장마도 간다.

 

 이 시는 연약한 것들을 향한 애잔한 시선 속에 유머와 해학이 녹아든 개성적 시세계를 펼쳐온 시인의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왜 하필 하짓날 야행성동물로 알려진 고양이를 등장시켰을까. 고양이는 감각이 매우 발달해 있고 특히 야간 시력은 사람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하지만 낮의 시력은 사람보다 못하다. 줄어든 밤 시간 때문에 오금이 저려온 것일까. 태생적으로 고양이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지만, 이날은 유독 그 습성 때문에 물건을 떨어트리는 사고를 칠 개연성도 높은 날이다.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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