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은 꽃밭을 만든다. 사계절 마음에 피는 꽃은 지지 않는다. “한국편지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를 내린 편지는 겨울을 딛고 노란 꽃대를 밀어올리는 민들레를 닮았다. 편지와 함께 사는 나는 “편지 쓰기”라면 동서남북 어디든 달려간다.
며칠 전 한 초등학교 편지쓰기 강좌에서는 편지대상을 ‘아빠(아버지)’로 정했다. 편지 쓰기를 지도해주실 한국편지가족 회원으로 구성된 시인과 작가 몇 분과 함께 찾아간 과천의 한 초등학교에는 고추잠자리처럼 고운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재잘재잘 참새 떼처럼 떠들던 아이들이 교실 문을 열자 잠잠해진다. “편지지에 글을 쓸 때야 비로소 풍경이 있고 풍경 안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안에 생각과 느낌이 있는 거야” 아이들은 어떻게 이 말을 알아들었을까? 무엇인가 생각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편지지에 글을 써내려가는 교실 안엔 연필 소리만 사각사각 들린다.
평소에 부모님께 편지를 잘 쓰지 않던 아이들이 “편지쓰기 강좌”를 마치고 나서 “아빠한테 편지를 쓰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후련하다.”라는 말을 들으니 내 가슴도 후련하다. 얼마나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직접 말로 할 수 없던 말도 편지지 위에서는 술술 날개를 단 듯 단숨에 써내려간다. 초등학생들이지만 부모님에 대한 깊은 속내를 편지를 통해 읽어 내려가면서 “편지쓰기 강좌”의 중요성과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의 표정은 저마다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 또박또박 써내려간 글에 담긴 진실한 마음을 읽는 감동….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깜박일 때면 그 작은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런 아이들 모습 속에서 문득 어머니에게 썼던 편지가 떠오른다.
어머니를 그리며 쓰는 편지는 실타래처럼 풀려나갔다. 그 속에는 세월과 함께 희석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추억도 많았다. 편지를 부칠까 하다가 며칠 후 어머니께 직접 갖다 드리고, 어머니 앞에서 편지를 읽으려니 조금은 쑥스러웠다. 글을 다 읽고 나니 어머니께서 ‘어미 맘을 알아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던 기억이 새롭다.
누구나 마음 깊숙한 곳에 부치지 못한 편지 한 장쯤은 있다. 편지도 실천이기에 글을 썼을 때 마음이 통한다. “편지쓰기 강좌”가 우리 가슴에 예쁜 꽃씨 하나 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나를 기다리는 학생들에게로 달려간다. 내 오랜 친구 “편지”에게 나도 민들레 꽃씨로 남고 싶기에….
독자 유회숙 / 시인, (사)한국편지가족 경인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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