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언니가 차린 시의 식탁으로의 초대 | ||
| <신달자 「시가 있는 아침」>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 입으리 마흔이 넘은 그녀는 아직도 나를 오빠라 불렀다 오빠, 옛날하고 똑같다! 오빠 신문에서 봤어 오빠, 시집도 읽었어, 두 권이나! 얼굴은 낯설었으나 웃음은 낯익었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중년의 얼굴에서 옛날에 보았던 소녀가 뛰어나왔다 작고 어리던 네가 다리 사이에 털도 나고 브레지어도 차는 크고 슬픈 몸이 되었구나 네 가녀린 몸을 찟고 엄마보다 큰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나왔구나 긴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이 되어 네 몸에 단단히 들러붙어 마음껏 진을 빼고 할퀴고 헝클어 놓았구나 삼십여 년 전의 얼굴을 채 익히기도 전에 엄마와 아내를 찿는 식구들이 쳐들어오자 소녀는 얼른 웃음을 거두고 중년의 얼굴로 돌아갔다 오빠, 갈게 손 흔들며 맑게 웃을 때 잠간 보이던 소녀는 돌아서자마자 수다를 떨며 다 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며 다시 흔한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김기택의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우리는 어떤 사람을 좋아 할까? 사람들이 누구를 좋아 하게 되는 요인은 크게 4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근접성”으로 “단순접촉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물론 첫인상이 부정적이 아니라야 하겠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거나 자주 만나게 되면, 만남에 따르는 시간이나 노력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친해지게 된다. 신 시인은 텔레비전이든 라디오든, 강연이든 그녀를 찿는 곳은 어디나 달려간다. 그뿐 아니라 그녀의 시, 그녀의 수필, 소설 등은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어서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녀의 글이 영화로도 상영되어서 일반인들에게 그녀의 이름은 친숙하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의 특징“으로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 한다. 관계의 초기상태에서 외모는 상대방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잘생긴 사람은 똑똑하고 성격도 좋으며, 다른 특징들도 긍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잘생긴 사람과 함께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이미지도 고양되는 미모발산의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 시인을 만나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매력을. 세 번째 이유는 “유사성”으로 “걸 맞추기 현상(matching phenomenon)"이라고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태도, 가치관, 기호, 성격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지각되는 사람을 좋아 한다. 이 세 번째 이유는 그 사람의 외모나 능력 보다 더 강렬하게 사람을 끌어 들인다. 아마도 신 시인이 국민언니가 될 수 있는 것도 이 세 번째 이유에 더 많은 비중이 실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 사람이 보기엔 그렇게도 유능해 보이는 그녀에게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었다는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보통 사람들은 유사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뭐 하나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던 그녀의 부부생활의 아팠던 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그녀 앞에서 많은 여성들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동질감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여자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신 시인이 국민언니로 불리 울 수 있는 이유다. 네 번째 이유는 “상대의 호의”로 “득실효과(gain-loss effect)"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상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에게 동일한 정서로 보답하는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책 속이거나, 잡지이거나. 매스컴에서 날리고 있는 스타 시인을 아주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슴 시린 사연에 동참한 사람들은 신 시인의 사연에 “감정이입(empathy)”을 느끼며, 자신의 삶과 대비 하면서 위로를 얻고, 힘을 얻고, 희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국민언니 신 시인이 엄선한 76편으로 차려진 시의 식탁은 어떨까? “그대의 아침 식탁에 장미 한 송이를 놓을 까요./그대의 아침 식탁에 향긋한 커피 한잔을 놓을 까요./그대의 아침 식탁에 열대야의 순수한 열매 하나를 놓을 까요./ 그대의 아침 식탁에 유혹적인 초콜릿 하나를 놓을 까요./아닙니다. 저는 가슴 설레는 그 모든 단물 고이는 사랑스런 대상들/을 다 두고 그대에게 한편의 시를 놓아 드리고 싶습니다./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을 오래 기다렸으므로, 당신을 영원히 그리/워해야 할 사랑의 형벌을 기꺼이 받아 안을 사람이므로.”라고 속삭인다. 그녀가 차린 식탁에 앉아보고 싶지 않은가? 세상의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의 여자를 위해 시집 한권 살 일다. “작고 어리던” 소녀였던 그대의 여자에게 “네 가녀린 몸을 찟고/엄마보다 큰 고등학생 딸과/중학생 아들이 나왔구나/긴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이 되어/네 몸에 단단히 들러붙어/마음껏 진을 빼고 할퀴고 헝클어 놓았(김기택의「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중 일부」)” 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남자들이여, 그대들의 어머니에게도 “소녀”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아직도 마음속 깊은 저 안쪽에는 수줍고 예쁜 소녀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소녀”를 위해 어머니의 식탁에 시집 한권 차려드려도 좋겠다. “가녀린 몸을 찢으며” 당신의 자식을 낳고 길러 주느라고 “아줌마”가 되어버린 그대 아내의 “소녀”에게 시집 한권 선물하면 어떨까? 이제 “소녀”가 되어가는 딸에게, 아니면 “소녀”뒤를 쫓아다닐 나이에 이른 아들을 위해서 시집 한권으로 멋진 식탁을 차려 주는 아버지가 되어보면 어떨까? 지금은 아련해진 모습이지만 첫사랑 "소녀” 때문에 잠 못 이루었던 자신의 “소년”에게 시 한편 들려주면 어떨까? 신달자 시인은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고교시절을 보내고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평택대학교 국문과 교수,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 하였다. 1964년 <여상>여류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고, 결혼 후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게재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 하였다.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2001년 시와시학상, 2004년 한국시인협회상, 2007년 현대불교문학상, 2008년 영랑시문학상, 2009년 공초오상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봉헌문자>, <아버지의 빛>, <어머니 그 삐뚤삐뚤한 글씨>, <오래 말하는 사이>, 장편소설 <물위를 걷는 여자>, 수필집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백치 애인>,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 진다>, <고백>,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등이 있다. [문학의 문학] 값, 12,000원.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dsseo@shingu.ac.kr)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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