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조선회화의 거장들이 들려주는 ‘500년의 숨결’

문근영 2013. 12. 1. 07:44

 

조선시대 거장들의 걸작 회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대형전시가 가을을 장식한다. 고미술의 명가 간송미술관과 삼성미술관이 자존심 승부를 벌이듯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그림을 선보이는 대형전시를 연다.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가을 정기전 '풍속인물화대전'을 16일부터 마련한다. 조선시대 인물풍속화를 대표하는 보물급 작품 100여점이 출품된다. 삼성 리움미술관은 13일부터 '조선화원대전'을 열어 조선시대 직업화가인 화원(畵員)들의 명품 113점을 선보인다.

■ 간송미술관 '풍속인물화대전'

우리나라 근대회화의 토대를 이룬 장승업의 '풍진삼협(風塵三俠·어지러운 세상의 세 협객)'. 중국 당나라 소설 < 규염객전 > 의 내용을 소재로 1891년 그린 인물도이다. 인물의 얼굴색이 물감의 납성분 때문에 세월을 거치면서 검고 푸르게 변했다.조선왕조 500년간의 인물풍속화의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세종시대 안견(1418~?)부터, 진경풍속화를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 조선 풍속화의 시조로 꼽히는 관아재 조영석(1686~1761), 풍속화의 절정을 이룬 단원 김홍도(1745~1806), 혜원 신윤복(1758~?), 오원 장승업(1843~1897) 등 52명의 대표작이 나온다.

인물풍속화에는 조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세밀하고도 해학 있게 표현됐다.

선비와 민초들의 생활을 담은 김홍도의 모범적인 그림부터 기생들을 말에 태우고 계곡으로 놀러가는 도련님('연소답청')과 뒷마당에서 짝짓기 하는 개들을 수줍게 바라보는 과부 '마님'('이부탐춘')을 그린 신윤복의 춘의도(春意圖)까지 그림마다 이야기가 새록새록하다.

이번 전시에는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가 3년 만에 나들이를 한다. 초롱한 눈매와 새침한 입술, 조선 미인을 실견할 수 있는 기회다. 이 밖에 '월하정인' '춘색만원' '상춘야흥' 등 국보 135호 < 혜원전신첩 > 에 실린 신윤복의 대표작 16점이 나온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긍재 김득신(1754~1822)은 스냅 사진처럼 이야기가 담긴 한순간을 포착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병아리를 입에 물고 달아나는 도둑고양이를 농가의 남편이 탕건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장죽으로 후려치는 장면을 생생히 담은 '야묘도'가 전시장에 걸렸다.

주자성리학을 수용한 조선 초기에는 중국의 남종화풍을 모방한 그림들이 많았다. 도롱이에 삿갓 쓰고 홀로 낚시하는 인물을 묘사한 안견의 '사립독조'는 옷자락은 거칠게, 얼굴과 손은 세밀하게 묘사한 조선 초기 인물화의 걸작이다. 안견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독서여가'도 선보인다.

정선은 조선성리학을 바탕으로 진경풍속화풍을 창안하며 조선 풍속화의 기틀을 다졌다. 조선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고 우리 조상이 사용한 지게가 그림에 실렸다. 전시에 나오는 겸재의 '어초문답'은 인물화에서 이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1971년 가을부터 매년 봄·가을 정기전을 열어온 간송미술관의 81번째 전시로 30일까지 2주 동안 열린다. 무료 (02)762-0442

■ 리움미술관 '조선화원대전'

리움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작가미상의 '동가반차도(動駕班次圖)' 부분. 고종의 궁궐 밖 행차를 가로 996㎝, 세로 31㎝의 비단에 그린 대작이다.조선 회화사의 주인공인 도화서(圖畵署) 소속 화원들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국가에 소속된 직업화가였던 화원은 엄정한 기록화와 초상화부터 풍속화, 춘화까지 다채로운 그림세계를 펼쳐왔다. 문인화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왔지만, 실질적으로 조선 회화의 주축을 이뤘다는 주제 아래 이를 입증해 보이는 화원 40여명의 작품이 나온다.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 김득신 등의 '화성능행도'(보물 1430호), 장승업의 '영모도대련' 등 대작들이 출품됐다. 국내외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과 리움미술관 소장품 등을 망라한 것이다.

일반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왕의 궁궐 밖 행차를 그린 '동가반차도'가 그중 하나다. 가로 996㎝의 긴 그림으로 작가와 제작 시기 등은 불분명하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태극기나 명성황후와 순종이 탄 3대의 마차 등을 볼 때 1883~1895년 사이 고종의 행차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에 소속된 화원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왕과 공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다. 조선 인물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명기(1760~?)는 정조 어진을 두 차례나 그린 화원이다.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으로 '오재순의 초상'(보물 1493호)이 소개된다. 인물의 근엄한 표정과 수염 한 올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초상화의 비밀전'에 전시 중인 '윤두서 자화상'과 함께 초상화의 최고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득신의 작품은 '화성능행도 8곡병'(보물 1430호)과 '황어행렬도' 등 왕실행렬 그림이 걸렸다. 빠르고 강한 화필로 한국 근대회화의 토대를 이룬 장승업이 19세기 후반 고목에서 고양이 세 마리가 노는 모습을 그린 '유묘도'(도쿄국립박물관 소장)도 쉬 접하기 힘든 걸작이다.

전시 말미에는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춘화 8점이 따로 전시된다. 은밀히 엿보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어두운 방의 나무창살 속에 전시되는 춘화들은 남녀의 성기 등을 노골적으로 표현해 만 19세 이하는 볼 수 없다.

  이들 작품 역시 최초 공개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기법을 활용해 아이폰 터치 방식으로 작품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돋보인다. 거대한 궁중 기록화나, 우리 회화 사상 가장 긴 그림인 이인문의 관념산수 '강산무진도'의 주요 장면들을 작품 앞에 설치된 기기를 터치하면서 확대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리움미술관 개관 7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내년 1월29일까지 열린다.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02)2014-6900
경향신문
< 유인화 선임기자 rhew@kyunghyang.com >



작성:한국 네티즌본부

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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