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헌법 제12조를 읽다
박칠근
산에선 뒤엉킨 갈등조차
헌법 제12조처럼 술술 풀린다
나지막한 풀 한 포기도 키 큰 나무와 조화를 이루고
동떨어져 무관할 것 같은 먼 산도
어울려서 말쑥한 풍경이 된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헌법 제12조처럼 제 몫을 다하는 큰 바위
홀로 서 있어도 소외되지 않는 소나무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들을 수색 또는 심문할 수 없노라
능선 타며 흐르는 야릇한 빛
나는 비로소 신체의 자유를 느낀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여
휴식을 미룬 채 나를 바라보는 오리숲이여
내 어찌하여 오늘 하루도
옹졸하고 쪼잔하게 내 것을 풀지 못하고
도둑고양이처럼 남의 행복을 탐했던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구름이 흘러간다
저토록 탐스러운 절경을 남긴 채, 헌법 제12조처럼.
-시집『공중정원』(한국문연, 2009)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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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다
생에 대한 넉넉하고 긍정적인 태도
살아온 세월이 그가 바라던 조화의 배경
그것이었지 싶은데
세상은 그가 바라던 모습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는데
나를 풀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나는 비로소 신체의 자유를 느낀다’는
이 허무가 찡하게 다가온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결과를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은
우리의 걸음을 더욱 신나게 한다
현실에서 부닥치는 어려움이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기도하고
주어지는 모든 상황이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기쁘게 감내해야겠다
'나뭇잎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묵상을 했으면 한다
뒷산에 올랐더니
파란 하늘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나뭇잎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나뭇잎은
어느 것 하나 성한 것 없이
벌레 먹고 바람에 찢겨 상처 난 모습으로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묵묵히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도 그렇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상처투성이일 때가 있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상처 난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그래서 더 많이 감추고 살았다
나무는 벌레에게 잎을 내주고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상처를 묵묵히 간직한다
나뭇잎을 보면서
자신을 기꺼이 내주지도 못하고
작은 불편도 참지 못하고
딱딱하게 굴었던 옹졸함이 부끄럽다
부족하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온몸으로 가르쳐 준 나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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