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첫눈/하종오

문근영 2013. 7. 31. 15:37

첫눈/하종오

 


파키스타니는아침에 오늘 혼인 신고하면
합법체류자가 된다면 짐 싸들고 나갔다
혼자 남은 필리피노는 방문 열어놓고
첫눈을 바라보지만
입국했던 첫해엔 신비롭던 눈이
불법체류자가 된 후론 볼수록 서글펐다
식당에서 꼬드긴 연상에게로 떠난
파키스타니는 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고향에서 고산머리 눈을 오래 보던 해에는
가슴 뛰는 날이 많았다던 파키스타니에게는
첫눈 오는 겨울에 행운이 생기나보다고
필리피노는 생각하다가
고향에서 들판 가득한 햇볕을 오래 보던 해에도
마음이 가난하기만 했던 자신은
뙤약볕 내리던 여름에도 쓸쓸했다고 중얼거렸다
가구공장에서 만난 지 벌써 오년
파키스타니도 필리피노도
귀국할 비행기 삯도 마련하지 못했다
쪽방 월세도 몇 달치 밀렸다
반나절 가랑눈으로 내리다가 반나절 함박눈으로 내리다가
첫눈이 그친 저녁무렵
필리피노가 밥상 차리는데
파키스타니가 돌아와선 말없이 눈물 글썽였다

 

 

-「국경 없는 공장」삶의 시선

 

 


비에트나미즈, 필리피노, 네팔리, 타이랜더, 미얀마리즈,
스리랑칸, 파키스타니, 인도네시안,
뱅골리, 우즈베크...
이들이 모두 누구인가. 하종오 시집 <국경 없는 공장> 에 나오는 외국 노동자들이다. 노동기한 삼년 산업연수생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른바 <코시안>들이다.

 

동남아 노동자들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거개가 한국인이 꺼리는 3D업종인 염색공장, 사출공장. 피혁공장 등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노동환경의 열악함에서 오는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도 크다고 한다. 일하면서 생긴 부상의 아픔에다 언제 잡혀 추방될지 모르는 불법체류, 문화적 차이에서 바라보는 사시적 모멸감, 죽도록 일하고 받지 못하는 체불임금, 고용불안,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폭력 등 그들이 당하는 고통은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고통이 또 한 가지가 있다. 속인주의의 법규에 묶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는 자식이 그 나라 국민대우를 못 받는 것이다. 범법자로 몰려 벌금을 물어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아이가 큰 뒤에 자기의 나라로 돌아가면 벌써 한국말과 문화에 익숙해진 아이는 말도 모르고 친구도 없는 아빠의 나라에 가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양쪽의 나라에 걸쳐서 어정뜨게 산 아이는 다른나라에 입양되어 큰 다음에 고국의 생부, 생모, 가족을 찾으러 오는 고아들처럼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현상속에서 우리나라도 다문화시대가 도래를 하고 있다. 국제결혼건수는 2001년 1만 5000건에서 2007년 3만 8000건으로 증가했다. 국제결혼비율은 2007년 기준 11.1%에 이른다고 한다. 10쌍 중 1쌍은 다문화 가정인데 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매년 3000명에 이르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국 조사는 아니지만 서울여성가족재단에서 만 15세에서 69세까지의 서울시민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은 서울시민 77%가 다양한 인종과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나타났다고 한다. 또 본인이 국제결혼을 하거나 외국인이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과반수에 넘는 52.7%라고 한다.

 

소외와 편견의 벽이 반 이상이 허무러진 것인데 나 자신에게 이런 설문지가 주어졌다면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 52.7%가 넘는 찬성중에 어느 날 자녀가 외국인과 결혼을 하겠다며 흑인 배우자를 데리고 왔을 때 선듯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것인가. 외국인이라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유럽인, 남미인, 아시아인, 흑인 등 인종에 따른 편견은 없는지 모르겠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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