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전쟁이야 일어나겠느냐면서 느긋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의 악화만 보도되다 보니, 아! 그것이 아닌데 라면서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사태의 심각성에 조금씩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강경한 발언만 연일 계속하다 보니, 이러다가는 무슨 수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남북문제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이자 그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말로 지혜가 필요하고 정확함과 신중함이 절대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옛날의 어진 이들은 어떻게 대처했던가와 같은 옛 기록을 들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위급할 때의 책임자들이 통치자에게 올리는 보고서나 정세분석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큰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변방의 국경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중앙정부로 직접 정세를 분석한 장계(狀啓)를 올리는 경우는 더욱 격식을 밝게 익혀서 두려운 마음으로 최고의 신중을 기하여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若邊門掌鑰 直達狀啓者 尤宜明習格例 兢然致愼)<文報> 요즘으로 말하면 국방부나 통일외교부에서 국토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으니, 위급할 때 올리는 보고서는 두려움과 신중함을 겸하여 가장 정확한 보고를 올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세세한 사항을 더 정밀하게 설명해줍니다. “절실하고 충실한 마음에 근본을 두어야만 보고를 받는 사람이 감동을 받는다”(本之以惻怛忠實之心 庶乎其孚格矣:文報)라고 말하여 ‘절실함’과 ‘충실함’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할 때 보고받는 상관이 절실하고 충실한 태도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위급존망지후(危急存亡之秋)를 당하여 부정확한 정보, 절실함과 충실함이 결여된 보고로 최고 통치권자가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나라의 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임진왜란 때의 일입니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아니면 그냥 엄포만 놓고 있는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하여 황윤길은 정사(正使), 김성일은 부사(副使)로 두 사람을 일본에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정사인 황윤길은 전쟁을 일으킬 기미가 있다고 임금에게 보고하고, 김성일은 전쟁을 일으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일본은 조선을 침략해 들어와, 조선이라는 나라는 쑥대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정확하고 충실한 보고가 없고서는 전쟁대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런 데서 나타납니다. 임금은 의주까지 피난 가고 조선 땅은 폐허가 되어 우리 민족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던가요. 지금은 그때와도 다릅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살아남을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가 완전무결하게 망하고 말 것임은 불문가지의 일입니다. 보고를 우선 정확하게 올리고, 또 보고를 받는 사람은 감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신중함과 절실함에 근본을 두고 관용과 포용의 미덕을 발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민족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