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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날입니다. 2012년이 저물고, 2013년의 새날이 오는 순간입니다. 총선이다, 대선이다, 시끄럽고 요란한 1년이 또 지나가면서 우리는 모두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남긴 해가 되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탄생 250주년을 맞는 해여서 선생에게도 역사적인 해가 되었지만, 저희 연구소로서도 뜻깊은 한해였음이 분명합니다. 선생은 마침내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올해에 기념해야 할 인물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수준의 학자와 사상가로 예우를 받기에 이르렀으니, 늦은 감이야 있지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25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인 호응을 보여, 바야흐로 2012년은 ‘다산의 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뜻깊은 것은 기념행사의 대미(大尾)로서 선생의 모든 유저(遺著)를 다시 교정하고 교감했음은 물론 표점까지 찍어서 37책의 거질인 『정본 여유당전서』라는 역사적인 문헌으로 출간해낸 일이었습니다. 1938년에 완간된 154권 76책의 『여유당전서』를 저본으로 하여 국내외의 300여 종의 필사본을 모아 교감을 하였으며, 1만여 자에 상당하는 오서와 탈자를 바로잡는 일까지 해냈습니다. 더구나 그동안 5책의 보유편으로 있던 책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진본으로 확인된 것만으로 3책을 새로 정본에 편입시킨 일까지 마쳤으니 명실공히 ‘정본(定本)’이라고 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망국의 백성으로 신음하던 1930년대, 서세 100년을 맞도록 선생의 유저는 서고에 잠겨 햇볕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무렵, 위당 정인보는 국민에게 고하는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선생의 서세 100년이 되도록 유저들이 간행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였습니다. 그 결과 1938년 마침내 76책의 『여유당전서』가 빛을 보았고 74년째인 금년에야 마침내 훨씬 완벽한 정본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감개무량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기본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에 불편을 덜어주는 큰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 오서낙자(誤書落字)를 바로잡는 교정(校正), 다른 필사본과 비교하여 바로잡는 교감(校勘), 요즘의 말로는 띄어쓰기에 해당하는 표점(標点)을 찍어 어려운 한문으로 된 책을 해독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책으로 새롭게 편집한 책이 바로 이번의 책입니다. 80여명의 학자들이 8년에 걸친 노고의 결과로 이룩된 일입니다.
선생이 설계하고 진언한 축성기술에 의해서 완성된 수원의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본인이 기념인물로 선정되어, 선생은 이제 유네스코 2관왕이 되었습니다. 『정본 여유당전서』가 간행된 지금, 그 책이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선생은 유네스코 3관왕에 오르게 됩니다. 우리나라 학술계와 문화재 당국이 노력을 기울여 그 일을 성취하는 일이 남은 과제입니다. 새해를 맞는 우리는 모두 이 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씀으로 송구영신의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