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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입니다. 골목마다 화려한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대통령 선거운동이 요란하고 시끄럽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정치’라면 진저리가 나고 입에 담기도 싫은 용어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정치인가 봅니다. 그렇게 싫고 밉지만, 정치가 아니고는 나라도 세상도 움직여질 방법이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요. 출마자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미사여구는 말할 것도 없고, 현수막마다 나열된 거창한 구호들을 읽노라면, 뭔가 될 것도 같지만, 그동안 우리는 그런 거짓 구호나 선전에 얼마나 속고 당했던가요.
이승만 정권 시절 북진 통일을 외칠 때는 통일이 곧 될 것 같았고, 부정부패를 없애고 참신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던 군사정권은 끝내 부패공화국이자 뇌물공화국으로 타락하고 말았으며, 사회정의를 구현하겠다던 5공 정권, 인간의 기본권까지 박탈당한 국민은 얼마나 신음하며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가요. 6공 이후의 정치라야 큰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언론·학문·사상의 자유라도 누릴만한 정권이 있었는데, 현 정권에서야 그런 것까지 무척이나 후퇴하고 말았으니, 대통령 선거 당시 떠들어대던 그 찬란한 구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기가 막힐 뿐입니다. 선진국에 일류국가를 만들겠다던 그런 염치없는 말들이 무색할 따름입니다.
근사하고 거창하며, 멋지고 찬란한 구호들일랑 모두 거두고, 제발 소박한 국민들의 작은 소망이라도 이루게 하겠노라는 그런 구호나 선전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담박한 정치적 욕심이 이런 때에 더욱 간절하게 생각됩니다. 48권이라는 거대한 『목민심서』를 완성해놓고, 자신이 그런 대작을 저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 대목이 있습니다. “율기(律己)·봉공(奉公)·애민(愛民)을 세 개의 기강으로 삼았고, 이·호·예·병·형·공(吏戶禮兵刑工)을 6개 부서로 여겨 진황(賑荒)이라는 항목으로 끝을 맺었다. 하나의 기강마다 여섯 조항을 포함시켰다. 고금의 이론을 찾아내어 열거하고 간사함과 속임수를 열어젖혀서, 그것을 목민관들에게 주어 백성 한 사람이라도 그 혜택을 입을 수 있게 했으면 하는 것이 정약용의 뜻이었다.”(自撰墓誌銘:集中本)라는 다산의 글에 다산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요·순 시대를 만들고, 부국강병의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자는 그런 정치가 아니라 불쌍한 백성 한 사람이라도 정치 때문에 혜택을 보는 그런 정치가 바로 다산의 정치였습니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선이 끊기자 촛불을 켜놓았다가 불에 타 죽은 가족이 뉴스에 나오고, 월세방의 세를 내지 못해서 모녀가 자살하는 이런 대한민국, 이 추위에 수많은 노숙자가 벌벌 떨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런 나라. 제발 거창한 구호나 선전문은 거두고, 한 사람의 불쌍한 국민이라도 살려내는 정치를 하겠다는 그런 후보를 보고 싶은 것이 우리의 심정입니다.
노래도 춤도 듣기도 보기도 싫다는 어떤 택시 기사님의 불평에 동조하면서, 다산 같은 소박한 정치가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