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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 임금에 그 신하 [박석무]

문근영 2012. 10. 11. 00:25

그 임금에 그 신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면 그만한 인격의 아버지에 그만한 인격의 아들이라는 뜻인데 한자로는 ‘是父是子’라고 표현하여 부자(父子)의 훌륭함을 함께 칭송하는 말로 쓰입니다. ‘그 임금에 그 신하’라면 ‘是君是臣’라고 표현하여 훌륭한 임금에 그를 보필하는 신하도 그만한 수준의 신하임을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말임에 분명합니다. 여러 기록을 검토해보면 정조대왕은 학자군주이고 개혁군주로서 여러 곳에서 학자이자 개혁가였던 다산 정약용을 칭찬하는 대목이 많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다산도 정조대왕에 대하여는 한없이 높은 칭송의 말을 자주 거론하였습니다.

“우리 선왕(先王) 정조의 훌륭한 덕(德)과 위대한 업적은 역사책에 모두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인데, 형벌내리기를 가엾게 여기고 옥사(獄事)를 신중하게 했던 것은 임금께서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애쓰셨습니다[跋祥刑攷草本]”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인명존중과 신중한 형벌의 집행을 위해서 정조가 조치한 정책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임금이 왕위에 오르자 즉시 「흠휼전칙(欽恤典則)」을 만들어 군현(郡縣)에 반포하여 형량(形量)의 제도를 일정하게 만들어 수령(守令)들이 자신의 감정으로 죄인을 처벌하는 악습이나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일을 그치게 하였다. 또 『무원록(無寃錄)』에 증주(增註)하여 죄인의 신체에 과도한 상처가 날 수 없게 하여 인간의 목숨이 이런 조치에 힘입어서 온전하게 해진 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같은 글)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정조는 인명의 존엄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다산은 그의 『목민심서』「형전(刑典)」의 신형(愼刑)조항에서 인명의 존엄에 대한 세세한 조치를 강구하여 권력자들의 형벌남용을 극구 저지하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이 형조참의(刑曹參議)로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임무를 수행할 때, 정조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을 소개했는데, 정조의 뜨거운 인간 사랑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나옵니다. 정조는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의(義)이고 지(智)이다. 큰 죄악이 있어 반드시 죽여야 할 사람을 보고서도 그를 끝없이 살리려고만 한다면 이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덕(四德)에서 의지(義智)는 빠뜨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덕이 되겠는가. 나는 대체로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지, 내가 살리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말하여, 가능한 형벌을 낮추고 용서하기를 좋아했던 정조에게 덕(德)이 높다고 칭송하는 말에 강한 반대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정조와 다산의 인명존중 사상은 언제나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수사하고 신중하게 재판하여 죄가 크면 반드시 크게 처벌하고 죄 없는 사람은 절대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임금과 신하의 뜻이 너무나 높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죄악을 범한 사람들은 철저한 수사와 재판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언론 자유의 수호나 생존권 투쟁 때문에 부수적으로 지은 죄에 대해서는 정조와 다산의 뜻에 따라 관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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