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을 찾아서
나는 지금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곳에 살고 있다.
물론 내가 사는 환경이 궁핍하고 거의 원시 상태이기 때문에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우선 순수한 내가 존재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그냥 그곳에 잠시 있을 뿐이다.
수행자에게 영원한 거처가 어디 있는가. 나그네처럼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불일암을 떠나, 화전민이 살던 강원도 산골의 움막을 고쳐서 살기 시작했다.
성프란치스코는 수도자가 사는 집은 흙과 나무로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울가에서 막돌을 주워다가 혼자서 뒷간 하나를 만들었다.
창호로 스며드는 햇살이 포근하다. 바람에 파초잎 서걱거리는 소리가...
온갖 소음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깨쳐야 한다.
가끔 장익 주교와 만난다. 마음을 터놓고 만나다 보니 종교의 벽이 없다.
오전 한때를 후박나무 그늘에 앉아 조촐하고 맑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의 화폭에 넓은 여백을 지니고 싶다.
신발을 바르게 벗는 것은, 현재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보는 일과 같다.
장작을 준비하는 것은 나 자신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뒷날 이 집에서 살
누군가를 위해서이다.
나는 아무 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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