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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변화는 훔쳐보기와 도청이 등장하는 영화들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일영화 <타인의 삶>(2006)은 특히 그렇다. 배경은 통일 5년 전, 비즐러는 동독의 보안국 슈타지 요원이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잘 나가는 연극 작가 드라이먼을 밀착 도청하는 것이다. 체제 충성적인 드라마를 쓰는 드라이먼은 고위층과 친분도 있다. 그런데 예술가 특유의 비판의식도 없이 완벽한 체제 충성적인 점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만든 것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다른 이유도 있다. 문화부장관이 그와 사는 여배우를 탐내서 작가를 파멸시키려는 권력남의 사적 욕망이 가담했기 때문이다. 이제 비즐러의 일상은 작가 집 앞에 비밀의 방을 얻어 종일 그를 감시하고 도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이상한 변화가 발생한다. 작가의 사생활이 비즐러의 눈과 귀를 통해 드러난다. 다가가 보니 그는 체제 비판으로 활동이 정지된 스승의 자살, 검열 당한 친구들 문제로 고뇌하는 예술가이다. 그와 여배우의 사랑과 갈등도 절절하게 중계된다. 경직된 비밀경찰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 예술가들의 고뇌와 우정은 그를 변화시킨다. 익명으로 서독 시사지 <슈피겔>에 동독 현실을 비판한 글을 쓴 작가를 보호하고픈 욕망마저 비즐러에게 생겨난다. 그래서 비즐러는 작가를 구하기 위해 타이프라이터까지 감추는 위험천만한 일도 감행한다. 작가의 수호천사가 된 것이다.
결국 도청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한다는 심증 속에 비즐러는 집배원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난다. 그러다 통일이 된다. 독재 권력의 비리와 반인권적 범죄는 법정에서 처벌받는다. 그러나 도청명령을 거부했기에 비즐러는 집배원으로 살아남는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작가 역시 비즐러 덕에 살아남아 감동적인 회고록을 쓴다. 이렇듯 이 작품은 통일 전후 독일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양심문제와 긍정적 변화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부정의한 명령체계를 탈주하는 비즐러를 맡은 올리히 뮈헤의 연기력은 혀를 차게 만든다. 비밀요원 자체를 보여주는 무표정한 냉혈한의 차가운 표정 속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내면의 결은 기막히다. 그런 공감대와 감동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과 더불어 수많은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아주 드물게 독일영화를 수입하는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