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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다 [김태희]

문근영 2012. 6. 23. 10:22

제 271 호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다
김 태 희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도대체 어찌하면 새로울 수 있을까? "옛것을 배우되 새롭게!", 이른바 ‘법고창신론(法古創新論)’을 주창했던 연암 박지원이 안의 현감으로 부임했다. 고을에 부임해서 보니, 정당(正堂) 근처에 버려진 관사가 있었다. 연암은 청소와 함께 일부 리모델링을 했다. 벽돌 모양의 돌들을 쌓아 층계를 만들었다. 마루에 긴 난간을 보완했다. 뜰을 청소하자 제대로 된 뜰이 드러났다. 뜰 안에 연못을 만들었더니 옆에 있던 누각이 살아났다. 담 밖에 한 그루 오동나무가 있어, 연암은 그 누각의 이름을 ‘백척오동각(百尺梧桐閣)’이라 짓고 기(記)를 적었다.

“무릇 늘 먹던 음식도 그릇을 바꾸면 새 맛이 나고 늘 다니던 곳도 주위 환경이 달라지면 마음과 눈에 모두 달라 보이게 마련이다. 이곳에 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연못은 예전에 없었고 누각만 본래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모두들 ‘이 누각이 나래 펴듯 연못 위에 솟아난 것 같다’고 한다.”(『연암집』, 「백척오동각기」, 신호열 김명호 역, 돌베개)

연못을 만드니 본래 있던 누각이 살아났다

그렇다. 이처럼 일부의 변화가 전체를 새롭게 할 수 있다. 이전의 낡은 것도 약간의 변화에 의해 완연히 새로워질 수 있다. 스포츠에서 이런 사례는 많다. 감독이 새로운 선수 두어 명을 추가하고 포지션을 약간만 바꾸어도, 팀은 전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과거 히딩크 축구도 그 일례였다.

올해는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판의 각 팀들이 부산하다.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쏟아진다. 그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정치도 새로워질 수 없을까?

집권 여당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것을 보면, 집권기간에 대해 스스로 낮게 평가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겠다. 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을 보면, 야권이 통합만 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겠다. 두 당의 행태에서 민심의 향방을 엿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새로운 정치, 통합의 정치를 바란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이름만 살짝 바꾸어 새로울 수 있다면 더 말할 게 뭐 있겠나. 당명에 통합을 넣어 통합을 달성할 수 있다면 어려울 게 뭐 있겠나. 새로운 정치는 정당이 새로워진 데서 비롯된다. 정당의 새로움은 새로운 선수가 추가되고 진용이 새롭게 재구성될 때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정당들은 과연 새로워졌는가?

과거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서두른 것은 정치전략상 통합에 마이너스였다. 경제학의 기본 내용인 비교우위론에 입각해볼 때, 양국이 전체적으로 상호이익인가를 따지기 전에 당장 이익 보는 사람들과 손해 보는 사람들로 나뉜다. 요즘 상황으로는 대체로 경제적 강자가 이익을 보고, 경제적 약자가 손해를 본다. 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국익을 말하거나 개방을 통해 개혁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일부를 바꾸어도 확연한 쇄신을

민주통합당은 구성원 다수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었는데도 태도를 바꾸어 한·미 FTA에 대한 반대입장을 강조했다. 주장은 반대로 바뀌었지만 오히려 닮았다. 여전히 통합에 역행하는 정치전략이라는 점과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사이에 민주주의의 근간과 관련된 중요한 쟁점들이 밀려나고 있다. 혹자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등에 대해 왜 정치권과 언론이 가볍게 다루냐며 불만이다.

선거 때 유권자가 당혹스러운 것은 투표할 데가 없는 경우이다. 경제적 문제에 대해 불만인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심판한 결과, 여야가 번갈아 집권하는 현상을 ‘진자 효과(pendular effect)’라 한다.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이 그저 선거 때마다 집권당에 대한 심판만 되풀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새로울 게 없는 낡은 것에 지칠 뿐이다.

정당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아젠다를 제기하여 다수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통합은 다수의 참여와 활발하고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일부를 바꾸더라도 확연한 자기 쇄신을 도모하는 정당을 보고 싶다. 2012년 정치의 계절,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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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태희
다산연구소 연구위원(前 기획실장)
홍재연구소 이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한국사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정치학 전공
논저 : <정조의 통합정치에 관한 연구>(2012)
<다산, 조선의 새 길을 열다>(공저, 2011)
<왜 광해군은 억울해했을까?>(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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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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