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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젊은 시절에 썼던 글인 「감사론(監司論)」에서 조그만 고을의 군수나 현감도 탐학질을 하는 한 도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들이야 재물의 양이나 돈의 액수가 적기 때문에 아주 작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평안 감사다, 전라감사다, 경상감사와 같은 대형지역의 관찰사들이야말로 진짜 큰 도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논리를 더 부연하여 청백한 관리와 탐학한 관리를 세세하게 설명한 『목민심서』의 「청심(淸心)」조항에는 남의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좀도둑이 관리를 향해 자기가 왜 도적이냐면서 관리를 크게 꾸짖는 대목이 나옵니다. 명(明)나라의 학자관인이자 세상에 유명했던 청백리 정선(鄭瑄)의 말을 인용한 내용입니다.
“관리가 도적을 심문하는데, 도적질 내용을 밝히라고 하자, 무엇이 도적인가를 되묻는다. 너는 도적이면서 도적질을 모른단 말이냐, 궤짝을 열어 재물을 훔치는 것이 도적이다라고 하자, 도적이 웃으면서, 당신 말대로라면 내가 왜 도적이냐 당신 같은 관리가 진짜 도적이라고 답했다”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면서 큰 소리치는 도적의 이야기를 그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관리라면 고금(古今)을 상고하거나 천인(天人)의 이치를 연구하여 국토를 경영하고 백성들에게 혜택을 베풀 것은 생각지도 않고, 밤낮으로 정치권력과 손잡아 일확천금할 것이나 바랍니다. 관복을 입고 홀을 잡고 당당히 앉으면 아전과 하인들이 아래서 옹위하여 존엄이 마치 천제(天帝)와 같습니다. 벼슬은 이(利)를 따라 나오고 인사(人事)는 뇌물로써 이루어집니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말은 계속 이어집니다.
“조폭의 두목 같은 세력가들은 한낮에 살인을 하여도 뇌물꾸러미가 한번 들어가면 법이 어디 있으며, 황금에 권력이 있으니, 해도 빛을 잃고 석방되어 의기양양하게 거리를 다니는 세상입니다. 마을의 천한 백성들은 벌을 돈으로 속죄하여 더욱 가난의 고초를 겪어서 더벅머리에 살갗은 깎이고 집칸도 유지하지 못하여 처자를 팔 지경에 이르러 바다에 빠지고 구렁텅이에 묻혀도 살피고 근심할 줄을 모르니 신(神)이 노하고 사람들이 원망하여도 돈의 신령스러움이 하늘에 통하여 그 벼슬의 명예가 크게 일어나고 큰 저택은 구름처럼 이어 있고 노래와 풍악 소리는 땅을 울리고 종들은 벌떼같고 계집들은 방에 가득하니, 이들이 참으로 천하의 큰 도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을 말합니다. “땅을 파고 지붕을 뚫어 남의 돈 한푼을 훔치면 곧 도둑으로 논죄하고, 관리들은 팔짱을 끼고 높이 앉아서 수만의 돈을 긁어모으면서도 오히려 벼슬의 명예는 잃지 않으니, 큰 도적은 손도 못대고 민간의 거지들과 좀도둑만 문죄하시는 겁니까?"라고 따지자 그 관리가 즉시 이 도둑을 놓아 주었다라는 말로 끝이 납니다. 정선이 말한 그 관리는 그래도 만에 하나의 염치라도 지녔다고 보입니다. 오늘날의 큰 도적들은 아마 큰 도적을 힐난한 추가죄를 보태서 처벌하는 몰염치의 모습을 보일 것이 더욱 안타까울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