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스크랩] [정현종] 옛날의 행운

문근영 2012. 5. 16. 10:53

옛날의 행운

 - 김성윤 군의 회상

 

정 현 종

 

 

젊은 시절에요

아무것도 없었는데

걱정도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어요.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있었어요.

그걸 내놓고

먹으라고

먹으라고 했어요.

참 행운이었어요.

 

 

 

 

 

정말 저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없는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도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젊은 날을 무탈하진 않았어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던 거다. 이 시는 그 무언

가를 "마음"이라 부른다. 하지만 오늘의 젊음은 모질게 노력해 갖추어도 한 걸음 내디딜

곳이 마땅찮고, 우리 모두는 아무도 죽이러 오지 않는데 공포에 질린 짐승처럼 쫓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안 보이는데도 한잔 술처럼, 두툼한 파전처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것. 나누어 먹다 보면 또 어떻게든 힘내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던,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이 보이지 않는다. 체제와의 대결에 눈감고 친구와 동료들과 겨루기

바쁜 우리가 저 "마음"이라는 것에 다시 도달할 수 있을까.   <이영광 . 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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