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스크랩] [2012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문근영 2012. 1. 4. 11:43

연암, 강 건너 길을 묻다/김종두

 

 

 

차마 떠나지 못하는 빈 배 돌려보내고

낯선 시간 마주보며 갓끈을 고치는 연암,

은어 떼 고운 등빛에 야윈 땅을 맡긴다.

근심이 불을 켜는 낯선 세상 왼 무르팍,

벌레처럼 달라붙은 때아닌 눈발 앞에

싣고 온 꿈을 물리고 놓친 길을 묻는다.

내일로 가는 길은 갈수록 더 캄캄해

속으로 끓는 불길 바람 불러 잠재우면

산과 들, 열하熱河를 향해 낮게낮게

엎드린다.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세련된 감각적 재단 돋보여

서사의 능란함과 새로운 화법을 찾으려는 탐색이 두드러진 해였다. 무게 있는 제재를 골라 그 본질에 낱낱이 접근하는 심도와 짜임새 좋은 남다른 전개를 보임으로써 사색과 습작의 치열함을 짐작하게 만든다.

 
▲ 심사위원 한분순(왼쪽·시조시인), 이근배(시조시인). 
 


다만 안전하게 당선작에 오르려 번뜩이는 시도 대신 부드러운 변주만을 구사한 작품들도 있어 그 솜씨의 잠재력에 아쉬움을 느낀다.

올해 시조 부문은 양적으로 늘어난 응모 편수만큼이나 질적인 진화 또한 돋보여 신진들의 필력에 대한 설렘을 갖게 한다. 고전적 원형과 현대적 미학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시조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관심은 장르의 신선한 동력이 될 것이다.

당선작은 김종두의 ‘연암, 강 건너 길을 묻다’이다. 시조의 본질을 지키면서 감각의 세련된 재단으로 수려한 완성도를 확보했다. 주제로 정한 시점이 과거이나 박제된 이야기로 흐르지 않고 동시대와 교감할 수 있도록 생기를 불어넣은 형상화가 뛰어났다. 기승전결에서도 매끈한 흐름으로 긴 호흡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직조하여 주시할 만한 정점에 이르렀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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