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스크랩] [2012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문근영 2012. 1. 4. 11:36

[2012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호박(琥珀) 속의 모기

 

                              권영하<경북 문경시 점촌중학교>

 

 

호박 속에 날아든 지질시대 모기 한놈

목숨은 굳어졌고 비명도 갇혀 있다

박제된 시간에 갇혀 강울음도 딱딱하다

 

멈추는 게 비행보다 힘드는 모양이다

접지 못한 양날개, 부릅뜬 절규의 눈

온몸에 깁스한 관절 마디마디 욱신댄다

 

은밀히 펌프질로 흡혈할 때 달콤했다

빠알간 식욕과 힘, 그대로 몸에 박고

담황색 심연 속에서 몇 만년을 날았을까

 

전시관에 불을 끄면 허기가 생각나서

호박 속의 모기는 이륙할지 모르겠다

살문향(殺蚊香) 피어오르는 도심을 공격하러

 

  

 

[심사평] “상상력·소재의 확장 돋보여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오히려 지나치리만큼 감각적인 언어유희가 메시지를 놓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고개 숙인 농심을 일으키고 농업인의 입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농민신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농업인의 애환을 대변할 만한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삼효문을 읽다> <하얀 종이 집> <호박 속의 모기> 세편이었다. <삼효문을 읽다>는 감각적인 표현에서 돋보였으나 전개의 상투성이 거슬렸고 <하얀 종이 집>은 시적 은유의 깊이가 두드러지면서도 주제 전달의 한계가 지적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호박 속의 모기>를 당선작으로 합의하였다. 이 작품은 행간마다 상상력의 힘이 느껴지고 소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함께 보낸 작품에서의 다양한 시상과 시어의 건강성 또한 신뢰를 보탰다.

 

 시를 쓰는 일은 관찰과 사색, 사유를 통한 세상 읽기에서 얻은 정신적 에너지를 문자의 힘을 빌려 독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의 하나다.

 

근년에 투고되는 신춘문예 작품들을 보면 표현에 치우쳐 그 정신의 깊이가 자꾸만 얕아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당선자는 이 점을 유념하여 시조의 숲을 건강하게 하는 나무로 자라나기 바란다.

 

 심사위원=민병도<시조시인>, 백이운<시조시인>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