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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이체] 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근영 2011. 12. 29. 10:07

죽은 눈을 위한 송가

 

이이체

 

  

잊지 않은 것을 기억한다

 

연꽃 아래서 피어나는 주검

 

무너진 밤은 밝고, 설익은 해는 색을 지운다

어제 태어난 잠이 오늘

눈 뜬다

 

어떤 우주에서만 흐르지 않는 숨이 있었다

 

저무는 눈가에는

누군가가 등불 없이 스산하게 잦아든다

 

풀꽃들이 암수를 알 수 없는 음양을 가졌다

 

향을 피우지 않고 춤추는 여승들과

폐허

폐허

폐허의 허물

 

도시는 허물을 벗고 기어 다니고 있는 것

 

어느 길에서든 간단하게 헤매면서, 누구도 시린

눈을 죽일 수 없었다

 

나무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숲

칼의 뼈

 

흉터 위에 소복하게 내려앉는 색을 보듬고

 

이형(異形)의 인생이

마르지 않는 강가에 이르러 눈을 씻는다

 

피와 눈물

   

피의 눈물

 

 

 

―『현대문학』(2011. 7)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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