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을 위한 송가
이이체
잊지 않은 것을 기억한다
연꽃 아래서 피어나는 주검
무너진 밤은 밝고, 설익은 해는 색을 지운다
어제 태어난 잠이 오늘
눈 뜬다
어떤 우주에서만 흐르지 않는 숨이 있었다
저무는 눈가에는
누군가가 등불 없이 스산하게 잦아든다
풀꽃들이 암수를 알 수 없는 음양을 가졌다
향을 피우지 않고 춤추는 여승들과
폐허
폐허
폐허의 허물
도시는 허물을 벗고 기어 다니고 있는 것
어느 길에서든 간단하게 헤매면서, 누구도 시린
눈을 죽일 수 없었다
나무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숲
칼의 뼈
흉터 위에 소복하게 내려앉는 색을 보듬고
이형(異形)의 인생이
마르지 않는 강가에 이르러 눈을 씻는다
피와 눈물
피의 눈물
―『현대문학』(2011. 7)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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