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준공식
송찬호
그러니까 그때가 언제였던가
마을 광장에
비둘기파가 결성되기 전,
돌멩이들이 통신처럼 날아다녔을 때
꽃을 동지라 불렀을 때
가령, 마을 이장이
이런 식으로 방송할 때
오늘 아침 맨드라미 동지께서 피어나셨습니다
죽은
산과 강을 살리겠다고
노란 피부의 나무들이 세 걸음마다
하나씩 열매를 떨어뜨리며 마을을 지나갈 때
먼 곳에서 그때 처음 본
플라스틱 바가지가 떠내려 왔을 때
그걸로 목을 축이며 아이들이
돌로 된 가방을 메고 산 너머 학교에 다닐 때
심청이 집을 나설 때
내가 너를 버려 눈을 뜬들
무슨 소용이 있겄느냐
심봉사의 넋두리 너머 마을 앞에 함대가 당도하였을 때
『문학과사회』(2011년, 겨울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서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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