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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 전 부처 장차관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각계 원로들의 말씀이 국민들에겐 나라가 온통 썩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오늘의 혼란스러운 일을 보고 국민들이 아주 당혹스러워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가 비리투성이 같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이토록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제3자처럼 말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위원 6명 중 한 명은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2명은 피감기관 관계자와의 접촉설에 휘말려있다. 금융감독원은 전 원장을 비롯, 전현직 10여명의 임원이 비리혐의를 받고 있다. 거기에 국세청과 전직 청와대 관계자까지 깊이 연루되어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기업인과 자영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공직자 부패가 200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며, 특히 중앙부처 국과장 이상 고위 공직자의 부패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6.5%가 심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2009년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09년까지 4년간 국토해양부와 24개 산하기관에서 금품향응수수 등의 불법행위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1,225명이나 된다. 인허가와 관리감독권 등 1,592가지의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토해양부이고 보면, 최근 제주도에서 드러난 부정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실적우선과 비상식적 인사에서 예정된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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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나라는 부패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곳곳이 썩어있다. 저축은행 사건, 제주도 국토해양부 사건, 함바 사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반값등록금과 관련하여 드러나고 있는 교육계 비리에 이르기까지 정계, 관계, 재계, 법조계, 학계, 문화계 그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다. 나는 현재의 부패상황은 효율과 실적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기치를 들고 출범한 이 정권의 태생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8월,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로서 ‘공정한 사회’를 국정의 핵심과제로 들고 나왔다. 그는 “공정한 사회란, 출발은 물론 경쟁과정을 공정하게 함으로써 경쟁자들이 그 결과에 대해 공감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를 말한다”고 하였다. 이로부터 ‘공정한 사회’가 한국의 정치사회 담론의 화두가 되었다.
G20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끝이었는 데다가, 개발원조위원회(DAC)가입 등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결 높아진 데 고무되어 나온 것이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었다. 일견 시의적절한 의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치란 본시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요, 국민내부의 서로 상충하는 권익을 정의와 공동선의 방향으로 조정하는 역할일진대 굳이 ‘공정한 사회’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지나친 의욕이 아니었던가 싶다. |
| 지도층의 도덕성과 공정한 인사가 선행되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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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공정한 사회’란 얼마나 공허하고 헛된 구호로 들리는가. 그 ‘공정한 사회’가 거꾸로 이명박 정권을 포위, 압박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어디로 가고, 이제 부패공화국이 전면에 나타나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자료에 의하면 국민 10명중 7명은 우리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불공정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분야로 정치(31.2%), 법조(14.0%), 언론(12.1%)를 지목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정 저해요인은 지도층의 부도덕(40.7%), 부의 편중과 세습(28.3%), 고용∙복지의 불평등(12.2%)순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이 공정한 사회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로 가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도층의 진정성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다. 태생부터가 지난 날의 부정부패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이 정부가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은 그것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마지막 척도는 뭐니 뭐니 해도 인사다. 공정한 인사 없는 공정한 사회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이번에 구속된 선거캠프 출신 감사위원의 경우에서, 또 왜 그가 장관이 되어야 하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이번 개각명단에 끼어있는 데서도 절감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정부 아래서 공정한 사회란 멀어도 한참 멀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