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스크랩] 동백·매화 꽃잎 매만지며 하루전 ‘열반 대화’

문근영 2011. 10. 6. 08:23

동백·매화 꽃잎 매만지며 하루전 ‘열반 대화’

 

한겨레 | 입력 2010.03.11

 




[마음산책]

해남 미황사 스님이 음악가 노영심 통해 전해줘

마지막까지 의식 또렷…'먹이는 간단 명료' 철칙

법정스님은 오랜 투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열반 전날까지도 또렷한 의식을 지니며 꽃과도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열반 하루 전인 10일 법정 스님의 고향인 전남 해남에 있는 미황사에서 금강 스님이 음악가 노영심씨 편을 통해 눈맞은 동백꽃과 매화 꽃송이들을 보내드리자 꽃잎들을 하나하나씩 만지면서 꽃들을 향해 "올라오느라고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엔 금강 스님이 직접 동백꽃과 매화를 법정 스님에게 드리면서 "스님 고향엔 봄이 와서 동백꽃이 만발하고, 매화가 막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스님도 어서 쾌차하셔야지요"라고 말하자, 말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이날은 봄기운을 받은 것처럼 미음과 반찬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한다.

법정 스님의 사촌 누이인, 현장 스님의 속가 어머니와 법정 스님의 유일한 형제인 여동생 박정란씨와 함께 지난 9일 법정 스님을 찾았던 전남 보성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은 "불자들보다 더 냉정하게 대하며 가까이하지 않던 (법정스님의)친여동생에게 '굳굳하게 살아라'고 했고, (현장 스님의)어머니가 사촌간인 법정 스님에게 '빨리 가서 나도 데려가라'며 '이게 마지막이겠지'라고 말하자 법정 스님이 '마지막이 아니다'고 했고, 어머니가 다시 '그럼 어디가면 스님을 볼 수 있느냐'고 하자, 불일암으로 찾아오라'고 했고, 어머니가 '다리가 아파서 불일암에는 못올라간다'고 하자, '그럼 길상사로 찾아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봉은사 다례헌에 머물며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송광사로 내려가 불임암을 짓던 법정 스님을 시봉하면서 불일암 낙성식날 수계를 받은 현장 스님은 "스님은 부엌에 '먹이는 간단 명료하게'라는 말을 써붙여두고, 일체 3가지 반찬 이상을 상에 올리지 못하게 했고, 음식들을 손수 하고, 워낙 정갈했기 때문에 여자들도 스님의 부엌에 들어가길 겁나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법정 스님은 평소 책에서도 할머니에 대해 자주 회고하곤 했다. 어린시절 할머니로부터 늘 옛날얘기를 들으며 자라 자신의 문재는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어린시절 워낙 가난해서 책과 원고지도 살 수 없었던 스님은 국민학교 때 소풍에서 보물찾기를 해 원고지를 상으로 탔는데, 그때부터 할머니 얘기를 원고지에 쓰며 문재를 키워갔다고 간다. 법정 스님은 그토록 좋아했던 할머니의 기일을 하루 앞두고 열반해 속가 가족들은 "할머니를 따라가신 것"이라고 추모했다.

법정 스님은 지난 2일 자신을 찾아온 송광사 선원 한주 영선 스님과 영명 스님, 지현 스님들을 맞으며 종이에 '조계종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썼다. 지현 스님은 "조계종풍이 선(禪)이므로, 영선 스님에게 선원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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