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매화 꽃잎 매만지며 하루전 ‘열반 대화’
한겨레 | 입력 2010.03.11
법정 스님의 사촌 누이인, 현장 스님의 속가 어머니와 법정 스님의 유일한 형제인 여동생 박정란씨와 함께 지난 9일 법정 스님을 찾았던 전남 보성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은 "불자들보다 더 냉정하게 대하며 가까이하지 않던 (법정스님의)친여동생에게 '굳굳하게 살아라'고 했고, (현장 스님의)어머니가 사촌간인 법정 스님에게 '빨리 가서 나도 데려가라'며 '이게 마지막이겠지'라고 말하자 법정 스님이 '마지막이 아니다'고 했고, 어머니가 다시 '그럼 어디가면 스님을 볼 수 있느냐'고 하자, 불일암으로 찾아오라'고 했고, 어머니가 '다리가 아파서 불일암에는 못올라간다'고 하자, '그럼 길상사로 찾아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법정 스님은 평소 책에서도 할머니에 대해 자주 회고하곤 했다. 어린시절 할머니로부터 늘 옛날얘기를 들으며 자라 자신의 문재는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어린시절 워낙 가난해서 책과 원고지도 살 수 없었던 스님은 국민학교 때 소풍에서 보물찾기를 해 원고지를 상으로 탔는데, 그때부터 할머니 얘기를 원고지에 쓰며 문재를 키워갔다고 간다. 법정 스님은 그토록 좋아했던 할머니의 기일을 하루 앞두고 열반해 속가 가족들은 "할머니를 따라가신 것"이라고 추모했다.
법정 스님은 지난 2일 자신을 찾아온 송광사 선원 한주 영선 스님과 영명 스님, 지현 스님들을 맞으며 종이에 '조계종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썼다. 지현 스님은 "조계종풍이 선(禪)이므로, 영선 스님에게 선원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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