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부꾸미
- 수수 가루, 자색을 뽑내다 -
글 사진 / 오원
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기름에 부쳐 지진 부꾸미.
수수부꾸미.
찹쌀 가루, 밀가루, 수수 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둥글고 넓게 만들어 번철에 지진 떡이
부꾸미.
팥소를 넣기도 하는 토속 음식.
아이들의 돌 때에 만들어 먹이던 떡.
무병장수를 빌던 떡.
태기문화재가 열리던 정금민속관 놀이마당,
한적한 구석에서 자색(紫色)을 뽑내던
수수부꾸미.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정금리.
옛부터 이 마을은 교통의 요충지였다. 둔내와 봉평, 갑천과 서석, 횡성, 원주 등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길목이었다.
동서남북에서 밀려드는 문물을 수용하여
독특한 소리와 놀이를 민속으로 발전시켜 나왔다.
그중에 '미나리타령' '회다지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정금 회다지소리.
제25회 전국 민속예술 경연대회(1984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기념으로, 매년 정월 대보름 경에 태기문화제가 열린다.
회다지소리 재현도 하고.
무병장수를 빌며 수수부꾸미 먹었던 이가 돌아가는 길에, 극락으로 가는 길에,
산 자들이 석별의 노래를 부르나니, 다음과 같이 부르는 것이렸다. 허 허호 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세상천지 만물 중에 사람 밖에 또 있는가.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여보시요 시주님들 이내 말씀 들어보소.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이 세상에 나온 사람 뉘 덕으로 태어났나.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석가여래 제자되어 아버님전 뼈를 타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어머님전 살을 얻어 제석님전 복을 받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이 세상에 탄생했네 한두살엔 철을 몰라.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한두살엔 철을 몰라 부모은공 모르다가.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사오십이 지난 뒤에 부모 생각 간절하다.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무정세월 양류터라 어제까지 검던 머리.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홍안백발 찾아오니 애달프고 설운지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절통하고 분통하나 어쩔수가 없었구.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인간세상 이 공도를 어이 하잔 말이더냐.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어제까지 검던 머리 오늘날에 백발되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눈 어둡고 귀먹으니 망령이라 일삼는데.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구석구석 웃는 소리 일천간장 다 녹인다.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아침나절 성튼 몸이 저녁나절 병을 얻어.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인삼녹용 약을 쓴들 약덕이나 있을 쏘냐.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판수 불러 경 읽으니 경덕인들 입을 손가.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무녀 불러 굿을 한들 굿덕이나 입을 손가.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찾느니 냉수요 부르나니 어머니라.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백미세되 쓸고 쓸어 명산대천 찾아가서.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상탕에 메를 짓고 중탕에 목욕하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하탕에 수발 씻고 촛대 한쌍 벌려놓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향로 향합 불 갖추고 소지 한장 들연 후에.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처님전 비나이다.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칠성님전 발원하고 신장님전 공양한들.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어느 신이 강음할까 춘추는 연연녹을.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춘추는 연연녹이요 왕손은 귀불귀라.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우리 인생 늙어지면 다시 젊지 못하나니.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시호시호 부자해라 원정부지 이 아닌가.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인생 백년 다 살아도 병든 날과 잠든 날과.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걱정근심 다 제 하면 단 삼십도 못사느니.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허무하기 측량없고 애달프기 정량없다.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시방전에 부린 사자 시령전에 명을 받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한손에는 도끼 들고 또 한손에 철편 들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오라 사슬 비켜 차고 활등같이 굽은 길로.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활등 같이 굽은 길로 살대같이 다가와서.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성명 삼자 부르는 소리 일천간장 다 녹인다.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일가친척 많다한들 어느 친척 대신 가며.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아들딸이 많다한들 어느 자식 대신 가랴.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친구들이 많다지만 어느 친구 대신 가며.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사자 따라 가는 몸이 대문 밖에 당도하니.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대문 밖이 저승일세 혼백 불러 초혼하니.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없던 곡성 낭자하다 일직사자1) 손을 잡고.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월직사자 등을 밀어 그럭저럭 열나흘에.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저승 문전 당도하여 수신제가 능히 하면.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치국만민 하오리니 자선사업 많이 하여.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내생길을 잘닦아서 극락으로 나아가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허허호호 어이나 갈까 허호
<가사해설> 1) 일직사자:저승사자. |
정금 두레농요 가운데 정금미나리타령
천하지대본은 농사라고/농사 한철 지어보세.
일하세 일하세 젊어서 일하세/ 늙고 병들면 못하나니
에전의 순임금은 농사지어/ 부모공양 하신고로/ 천하지대본은 농사로다
농사한철 잘못하면 억조창생 배곯는다/농사한철 힘써지어 나라에 봉공하고 부모에 효도하세
그밖에 횡성지방에는 소몰이소리 등이 전해진다.
수수부꾸미. 자색을 뽑내는 수수부꾸미.
찰수수를 갈아서 떡을 만들면 수수떡.
찰수수 가루와 갈분으로 떡을 만들면 수수개떡.
수수 가루로 만든 시루떡은 수수설기.
찰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둘글게 만들어 녹말을 묻히고 삶아서
냉수에 건졌다가 꿀물에 넣으면 수수경단.
찰수수로만 지었다가 수수쌀을 좀 섞어서 밥을 지으면
수수밥.
수수쌀로 죽을 쑤니 요것이 수수죽.
수수로 만든 소주가 수수소주(燒酒). 배갈, 입 안에서 불난다는 배갈.
수수를 고아서 엿을 만드니 이것이 수수엿.
찰수수 가루로 만든 전병이 수수전병.
소금으로 간을 맞춘 물에 팥과 검정콩을 삶다가
찰수수 가루를 넣고 버무려 익혀 떡을 만들어
꿀을 발러 먹으니 맛있는 수수풀떡.
수수 가루에 팥고물을 켜켜이 넣고 얹어 찐 시루떡이
수수팥떡.
아이의 첫번째 돌이나 둘째 또 셋째 돌까지
꼭 해먹이던 수수팥떡이었더라.
無 病 長 壽 하 라 고 .
고추장떡과 메밀총떡
'수수하다'라는 뜻은 '옷차림새나 태도가 그저 무던하다'라다.
'물건의 품질이 썩 좋지도 아니하고 흉하지도 아니하다'도 수수하다.
이 글은 조금 두서없이 썼지만 꾸밈없이 수수했다. ㅎㅎ히ㅎㅎ.
수수부꾸미.
수수부꾸미의 수수한 맛을 보려면
태기문화제가 열리는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난 모른다.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포천에서 화천으로 넘는
광덕고개(일명 카라멜고개)에
일 년 내내 수수부꾸미 파는 곳이 있다는 것 밖에는.
이 각설이 부부는 수수부꾸미가 아닌, 호박엿 한가지로
전국의 축제를 돌아보며
유랑을 계속하는, 수수해 보이지만 별나게 사는 인생.
수수부꾸미의 수수한 맛을 알기나하려나.
태기문화제 끝물에 나타나 흐느적거린, 반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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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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