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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정치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누어진다. 일부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을 이끈 중국공산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 체제가 사회적 갈등과 부패 등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며 결국 정치적, 사회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성공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며 경제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나 바로 이 성공이 중국공산당에게 새로운 위기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즉 경제성장과 함께 진행된 경제와 사회의 다원화가
권위주의 체제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의 역설’, 경제적 성공이 정치적 위기를
초래 문제는 중국공산당과 국가의 후퇴를 메우고 정치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회역량이 존재하는가에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자가 만난 중국의 한 비판적 지식인은 중국은
정치·사회적 문제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와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표면적인 안정이 ‘대란(大亂)’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회라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중국공산당이 항상 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표를 내세우는 것도 그들이 혼란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해외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한 여러 전망에서도 붕괴론이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희망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의 사회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를 떠받칠 수 있는
NGO 등 민간역량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힘이 외부로 표현된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2003년 가을 지방정부와
국유전력회사에 의해 제출되고 국무원 회의에서 통과가 예정되었던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의 누쟝(怒江)댐 건설 계획이 환경 NGO와 전문가들의
반대로 보류된 것이다. 민간부분의 적극적인 활동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을 변화시킨 이 사례는 변화하는 중국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우선 중국에서도 국가에 대해 자율성을 갖는 사회적 공간이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누쟝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만들어지고
반대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수년 전부터 인터넷을 매개로 하거나 포럼 등 형식으로 운영되어오던 환경 NGO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환경 NGO 등 자율적 민간역량의 발전 이 네트워크는 중국공산당을 중심으로 위계적 관리체제에 편입되지 않고 민간역량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사회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도 환경문제와 관련한 토론회와 청문회 등에 이들의 참여를 제도화시킴으로서 새로운 사회공간을 인정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민중들의 권익보호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누쟝문제는 초기 주로 자연보호라는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특히 2003년 7월 누쟝지역이 세계자연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이 댐건설 반대론이 확산되는데 중요한 명분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운동이 진행되면서 점차 주민들의 권익보호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였다. 현재 중국의 댐건설 계획은 대부분 서남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중국정부는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이 지역에서 댐건설이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자연보호와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대립구도가 형성되기도 하였고 환경보호단체들의 처지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
댐건설로 이주를 강요당한 주민들의 삶이 더욱 악화되는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환경보호단체들은 댐건설 반대운동을 주민들의 권익보호와 연계시킬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2004년 10월 쓰촨(四川)성 한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댐건설에 따른 이주비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1만 여명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결국 무장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최근 중국에서 ‘소외계층(중국에서는 弱勢群體로 지칭됨)’의
권익보호가 NGO들의 주된 활동목표가 되고 있다.
물론 환경보호가 현 정치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과는 거리가 있고 중국정부도
환경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을 과대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환경보호운동은 중국에서도 민간부분의 자발성, 자주성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
중국 시민사회 발전, 동북아 평화에 중요한
의미 우리는 이러한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에서 안정이냐 혼란이냐 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중국 정치가 자기정화 능력을 강화하고 민중들의 의견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반영되는 체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은 중국의 정치발전만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체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북아에서 분쟁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민족주의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완화시키고 민족 혹은 국가라는 틀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연대의 공간이
창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도 새롭게 성장하는 중국 시민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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