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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돈 냄새, 썩는 냄새 / 송재소

문근영 2011. 3.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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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썩는 냄새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 이런 말이 있다.

“백성을 위해 해독을 제거하는 일은 목민관의 임무이니 첫째는 도적이요, 둘째는 귀신붙이요, 셋째는 호랑이이다. 이 세 가지가 사라져야 백성들의 재앙이 없어질 것이다.”

다산이 지적한 세 가지 중 호랑이는 이미 없어졌고 귀신붙이 즉 무당의 푸닥거리도 그다지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다. 다만 20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도적만은 여전해서 마치 바퀴벌레처럼 나날이 창궐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애써 모은 재산을 남이 몰래 훔쳐간다면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목민심서』에는 유난히 도적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청렴하지 못한 고위 관리가 ‘큰 도적’

다산이 말한 도적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는 도적은 ‘작은 도적’이고, 백성들의 재물을 긁어모으는 청렴하지 못한 고위 관리는 ‘큰 도적’이다. 다산이 개탄한 것은 이 ‘큰 도적’이었다. 『목민심서』에서 관리들의 청렴을 그토록 강조한 것도 큰 도적으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수령(守令)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그를 도적으로 지목하여 마을을 지날 때는 욕하는 소리가 비등할 것이다”라고 하여 수령의 청렴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큰 도적들이 긁어모은 돈 냄새 때문에 코가 썩을 지경이다. 현대 자동차 그룹이 기아 자동차를 인수한 후 옛 기아차 계열사들의 부채를 탕감 받는 과정에서 정부,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20억 가량의 뇌물이 건네졌다는 혐의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전 투자본부장이 긴급 체포되었다. 또 멀쩡한 외환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만들어 외국계 투자기관인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하면서 검은 돈이 거래되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중진인 김덕룡, 박성범 의원이 이른바 ‘공천 장사’를 하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이들의 소속당인 한나라당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현대가 탕감 받은 빚 550억원은 국민의 혈세이니 그 관련자는 국민의 재산을 탈취한 큰 도적이다. BIS 비율을 조작함으로써 외국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외환은행 매각의 주동자들은 큰 도적임을 넘어서 매국노(賣國奴)의 반열에 올려야할 것이다. 국회의원 또한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돈을 탐한 지 오래 되었으니 이들은 해묵은 도적들이다. 이 도적들 사이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돈 냄새가 지금 한반도에 가득한데 이 냄새는 곧 우리 사회가 썩어 문드러지는 악취(惡臭)에 다름 아니다.

“선비의 청렴은 여자의 순결과 같다”

자본주의 사회는 문자 그대로 자본의 논리 즉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여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돈이다. 그래서 모두들 돈을 신(神)처럼 섬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돈을 섬겨서야 되겠는가?

다산은 “선비의 청렴은 여자의 순결과 같다”고 말했다. 선비는 벼슬하는 관리를 지칭한다. 그 당시의 윤리관으로 볼 때는 순결을 잃은 여자는 여자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마찬가지로 관리가 청렴하지 못하면 관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다산 선생이 지금 살아서 이 땅의 공직자들의 작태를 본다면 과연 무슨 질책을 내릴까? 아마도 새로운 『목민심서』를 집필하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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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송재소
·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저 서 : <다산시선>
            <다산시연구>
            <신채호 소설선-꿈하늘>
            <한시미학과 역사적 진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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