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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보리와 보리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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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점점 줄어들어 찾아보기 힘들었던
보리밭이 요즘 들어 관광상품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북 고창과 경북 영일에는 대규모의 보리밭이 조성되어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또한 영화 <서편제>의 배경인 전남 고흥의 청산도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장 세트가
동화 속의 그림 같은 모습으로 꾸며지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겨울 연가>의 배경인 남이섬과 춘천이 관광 명소가 되었듯이, 청산도도
인기 드라마에 힘입어 또 다른 관광지로 떠오를 것 같다.
사진배경으로 인기 끄는 파란 보리밭 보리밭이 관광상품으로 부각된 것은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그림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노란 유채꽃이나 연분홍
진달래, 하얀 벚꽃이 모두 멋진 사진의 배경으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파란 보리밭도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란 젊은 영상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시각적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보리가 곡식과 식량으로서의 가치보다 사진 배경으로서의 매력 때문에 상품성을 인정받는 것은
농경문화에서 도시영상문화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다. 한때 건강식으로 보리밥집이 인기를 끌면서 주곡이 아닌 잡곡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보리는 도시 여성들에게는 곡식이 아니라 봄철의 꽃꽂이용으로 친숙한 화훼식물이 돼버린지 오래다.
그래도 보리밭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보릿고개의 어질어질한 아지랑이와 현기증, ‘앉은뱅이도 일어서고 곱사등이도 펴진다는’ 보리누름의 풍요로운 기억이 가슴 한켠에 내장돼
있는 농경문화의 후예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보리밭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풍경의 배경일 뿐만 아니라 결핍과 고통과 연민이 뒤섞인
애틋한 향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애틋한 향수의 진원지 가령 한하운의 <보리 피리>에 나오는 남도의 붉은 황토길과 푸른 보리밭에는 문둥이 시인의 처절한
고통과 소외의 피울음이 배어 있고, 윤용하의 가곡 <보리밭>(박화목 시)에는 옛 사랑의 애틋한 추억이 저녁 노을처럼 곱게 깔려 있다.
그런가하면, 6, 70년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던 <보리>라는 수필의 한 구절은 요즘에 와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수필을 쓴 한흑구
선생을 기리는 시비가 포항의 보경사에 세워져 있고, 그를 기리는 ‘보리누름문학제’가 매년 6월 포항에서 열린다. 그리고 이 시비를 세우고
‘보리누름문학제’를 만든 아동문학가 손춘익 선생의 추모비가 영일만을 바라보는 환호 해맞이 공원 바닷가 언덕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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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지창 · 영남대학교 독문과 교수 · 전
민예총대구지회장 · 저서: <서사극 마당극 민족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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