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 왠지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더 많이 생산했는데도, 나의 호주머니는 오히려 더 가벼워지고 있다면 나는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금년 1분기에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생산 활동에 전념하여 국민총생산(GDP)이 6.1%나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은 0.6%감소했다. 지난해(2005)에도 국민총생산은 4% 증가했으나 국민총소득은 0.5%만 상승했을 뿐이다. 이 어찌된 일인가?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생산하여 수출하는 상품들의 가격에 비해서 우리가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상품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다는 데에 주로 그 원인이 있다. 가상적으로 우리가 지난해에는 휴대폰 한 대를 수출해서 원유를 한 드럼 수입할 수 있었는데, 금년에는 휴대폰을 두 대 수출해야 원유를 한 드럼 수입할 수 있게 됐다면, 지난해에 비해서 금년에 생산한 휴대폰 1대는 공짜로 해외로 날라가 버린 셈이 되는 것이다.
교역조건 악화로 소득감소 이렇게 교역 조건이 나빠져서 우리가 생산한 상품이 공짜로 해외로 증발해 버리는 결과를 수치로 계산해 본 것이 실질 무역 손실이라는 개념이다. 이 실질 무역 손실이 지난해에는 46조원을 상회했고, 금년에는 1분기에만 17조 7천억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 우리의 소득은 생산에 훨씬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국민총생산보다는 국민총소득에 의하여 결정된다. 때문에 지난해의 0.5%증가와 금년 1분기의 0.6% 감소라는 국민총소득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국내 소비의 침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한다. 수출 가격이 오르는데 비해서 수입원료·원자재·시설재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수출활동의 이윤은 크게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기업과 중소 기업간의 양극화라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수출에 필요한 각종 상품의 수입 가격의 상승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수출 대기업들이 국내 하청 중소기업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중소기업을 궁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의 증가율이 어떻고, 무역 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어떻고 하는 내용의 밝은 소식 뒷면에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중소기업들의 도산 위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국민총생산을 바탕으로 보는 경기 전망이 금년 하반기 이후부터 어둡다. 그렇다면 국민총소득의 흐름으로 기준을 바꾼다면 어떨까. 아마도 서민,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나쁘게 나타날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은 유가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상황일 뿐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역 조건 악화가 1995년 이래 지속되고 있으며, 실질 무역 손실의 규모도 2000년 이래 누적적으로 확대되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한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수출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원유가격 급등과 같은 외부요인을 우리의 노력으로 흡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을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상승하지 못하는 것은 상품 구조가 아직도 가격 경쟁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중국 등의 세계 시장 진출로 가격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가격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상품 구조가 성능과 품질에 의해서 경쟁력이 더 크게 영향 받는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가격 상승이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 수출상품 구조의 고부가가치화에 의해서 교역 조건의 악화는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고부가가치화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해 실질 무역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썰렁하게 만들고 있을까. 그것은 설비투자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연구 개발이나 기술 도입에 의해서 좋은 지식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설비투자에 의해서 상용화, 상품화되지 못한다면 경제적 의미는 거의 없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암담하다. 설비 투자가 2000년대에 들어와 연평균 1% 수준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가율로써는 세계 분업의 차원에서 우리 수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적절히 이루어지기 어렵고, 실질 무역 손실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 당국은 기업인 기죽이는 일과 발목 잡는 각종 규제를 방치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식 개혁 구호 때문에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갈수록 허전해질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