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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호 (2006.0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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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實學)이란 무엇인가?
정 옥 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실학이란 말은 전통시대 동양각국에서 사용된 보편적인 용어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절실하게 요청되는 학문이 있는바, 이를 실학이라 하였다. 우리나라에선 고려 말 말폐를 들어낸 불교에 대응하여 새로운 시대의 학문으로 부상하고 있던 성리학을 실학이라 하였다.
조선 초에는 창업의 기틀을 다지기 위하여 문물제도를 정비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문장력이 절실하게 요청되었으므로 사장지학(詞章之學)이 실학으로 인식되었다. 조선중기에 이르면 화려한 문사를 나열하는 사장지학이 허학(虛學)으로 간주되면서 경전의 원의를 파악하여 실천하려는 경학이 실학이 되었다. 일명 도학(道學)으로 불리는 의리지학(義理之學)이 그 핵심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원칙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보편적 용어로서의 ‘실학’과 조선시대 학문의 흐름 왜란과 호란의 양란을 겪고 난 조선사회는 전쟁후유증으로 무너진 사회질서를 복구하여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임진왜란 전에 이미 학파가 정파로 전환된 상황에서 각 정파는 학문적 정체성을 세우고 그 이념을 현실정치에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1623년 인조반정 후 여당의 역할을 하게 된 서인은 송시열을 중심으로 조선성리학의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안으로는 예치(禮治), 밖으로는 북벌론(北伐論)을 내세우고 의리지학을 강화하는 노선으로 나아갔다. 예를 세워 사회정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치욕을 안겨준 청나라를 쳐서 복수·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하여 야당의 역할을 한 근기남인은 허목을 중심으로 원시유학인 육경학(六經學)을 중심연구테마로 설정하고 여기에서 자신들의 학문적 연원을 찾아 정체성을 세우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 고학적(古學的) 학풍은 조선성리학의 정통성을 확보해가고 있는 서인에 대한 비판이자 학문적 탈출구의 모색이었다.
이 양자의 노선은 예가 정치문제화 된 예송에서 분명하게 그 차이를 들어내었다. 서인은 조선의 예제(禮制)에 입각하여 신권강화의 입장을 보인 반면, 남인은 고례(古禮)에 입각한 왕권강화의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학풍의 차별성은 현실정치의 장에서도 정책의 차이로 나타났으니 호포법·노비종모법·서얼차대법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18세기 진경문화로 불리는 조선고유문화의 창출은 조선성리학을 시대사상으로 하여 조선이 문화중심국이라는 조선중화주의를 뿌리로 하였다. 17세기 명·청의 교체로 국제질서가 뒤바뀐 상황에서 조선이야말로 명을 계승한 동아시아 정통문화국이라 자부하면서 변방의식을 탈피한 결과였다.
고려 말 실학, 조선후기 실학, 이제 우리시대의 실학을 허목을 사숙한 이익은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토지개혁론 및 지방행정제도에 대한 비판을 기저로 한 학파를 형성하였다. 17세기 말 재야로 탈락하여 농민과 다름없는 생활 속에 농촌현실에 대한 비판학풍을 키운 근기남인학파로서 중농학파로 불리기도 하는 학단(學團)이다. 경세치용학파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중화의식이 시대정신의 몫을 다하자 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이미 문화국가로 탈바꿈한 청의 문물을 배워서 문화자존의식에 매몰되어 있는 조선사회의 낙후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북학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집권여당인 노론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북학파는 부조(父祖)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북벌론을 뒤집는 급진적 성격으로 공업과 상업의 진흥 등 도시생활과 관련된 현안에 관심을 보이면서 청의 문물을 적극 도입하고자 하였다. 홍대용·박지원 등이 중심이 된 노론북학파는 이용후생학파로 불리기도 한다.
19세기 초 학문적 성숙을 한 북학이 본격화하여 김정희를 중심으로 실사구시학파가 성립되었다· ‘실사(實事)에서 진리를 구한다’는 명제아래 금석학이라는 방법론으로 고증학을 발달시켰다. 이들에 이르러 한송불분론(漢宋不分論)이 제기되었다. 한학(漢學)으로 대변되는 신학문, 즉 고증학과 송학(宋學)으로 대변되는 조선성리학의 의리지학은 동전의 안팎같이 분리할 수 없으므로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은 바로 이런 새 학문경향을 통 털어서 범주화한 것이다. 암울한 일제시대에 우리 역사에서 무엇인가 이끌어내어 조명하고자 하던 국학연구자들에 의하여 실학은 역사적 실체로서 자리매김하였지만, 조선성리학과 결별한 학파로 오해되어 실학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실학’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글쓴이 / 정옥자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교수 · 저서 : 『우리 선비』, 현암사, 2002 『오늘이 역사다』, 현암사, 2004 『조선후기 중인문화연구』, 일지사, 2003 『(정조의 수상록) 일득록 연구』, 일지사, 200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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