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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왕의 말은 땀과 같다 / 송재소

문근영 2011. 1.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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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말은 땀과 같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죽고 어린 아들이 왕위에 올랐으니 이가 곧 성왕(成王)이다. 성왕은 어린지라 숙부인 주공(周公)이 섭정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어린 성왕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 아우에게 오동잎으로 규(珪)를 만들어 주며 “이것으로 너를 후(侯)에 봉하노라”고 말했다. ‘규’는 일종의 발령장인 셈이다. 주공이 들어와서 이를 치하하자 성왕은 “장난으로 한 말”이라고 했다. 주공은 “천자께서는 허튼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천자가 말씀을 하시면 사관이 그것을 기록하고 예(禮)로써 그것을 완성하고 음악으로 그것을 노래합니다”라 말하고는 실제로 아우를 당(唐-지금의 산서성 태원)의 왕으로 봉하였다. 장난으로 한 말이 현실로 되어버린 것이다.

『사기(史記)』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문헌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왕 노릇 하는 자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써야한다. 특히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왕의 말은 땀과 같아서 한 번 흘리면 되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갖가지 비유를 빌어 말조심을 강조한 것은, 왕의 말이 백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번 흘리면 되 돌이킬 수 없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바보 온달’의 이야기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다. 고구려 평강왕의 딸이 어릴 때 너무나 울어서 울 때마다 왕이 농담으로 “네가 늘 울기만 하니 성장해서 사대부의 아내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반드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하겠다”라 말했다. 후에 공주가 16세가 되어 귀족에게 시집보내려 하니 공주가 왕의 평소의 말을 상기시키며 “왕 노릇 하는 자는 희롱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대왕의 명령이 잘못되었으니 저는 감히 그 명령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왕은 말을 듣지 않는 딸을 쫓아내었다. 무심코 한 농담이 부녀간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이다. 쫓겨난 공주는 온달과 결혼하여 남편을 훌륭한 인물로 만들긴 했지만, 임금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이야기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 5·31 선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선거가 열린 우리당의 참패로 끝난 후 노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또 “한두 번 선거로 국가가 잘되고 못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또한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변화 없는 사회는 침체하고 낙오된다”,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뤄지고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옳은 말만 한 것은 아니다. 옳은 말이라도 국민정서에 거부감을 주는 발언도 있었다. 노대통령은 말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하다보니 듣기에 불편한 말이 끼이게 된다. 가령 6월 2일 청와대 정책홍보토론회에서의 “한두 번 선거보다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국민의 수준이 낮아서 정부의 정책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있다”는 청와대 전 홍보수석의 말이 홍보수석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고 대통령의 생각을 대변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살 수는 없다, 옳은 말이라도

노대통령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에 관해서도 “(강남 사람들) 언제까지 웃나 두고 보자”라던가, “(강남 사람들 돈 많은 것이) 배가 아파서가 아니다”라는 등의 말은 대통령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말임에 틀림없다. 사석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신문에 보도될 정도의 좌석에서는 삼갔어야 했다.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살 수는 없다. 또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줄 아는 것도 하나의 미덕이다. 6월 2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의 대통령 연설을 열린 우리당이 만류하는 그런 사태가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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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송재소
·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저 서 : <다산시선>
            <다산시연구>
            <신채호 소설선-꿈하늘>
            <한시미학과 역사적 진실>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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