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스크랩] [문화]법정 ‘말빚’ 중생에겐 ‘살아있는 교훈’

문근영 2011. 1. 21. 13:08

 

 

ㆍ저서 판매 종료 불구 독자들 가르침·정신유산 갈증 여전

 

 


법정스님 입적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가장 큰 변화는 공식적으로 이제 다시는 그의 책을 서점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31일이 법정스님 책의 판매시한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관리하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측과 출판사들의 합의 사항이다.

시한을 넘긴 지금 법정스님의 책을 서점에서 구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니다’이다.

 

 

 

일단 대형서점의 대표격인 교보문고는 판매를 중단했다.

‘법정스님의 도서는 유지에 따라 2010년 12월 31일 23시 50분부터 판매 종료됩니다’라는 간결한 문구와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품절 처리했다.

 

그러나 또 다른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아직도 판매 중이다.

책에 따라 반값 세일과 묶음판매까지 하고 있어 판매를 위한 막판 물량공세에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법정스님의 책이 판매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에 처한 것은 본인의 완곡한 의지 때문이었다.

스님은 유언장에서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유언장을 공개할 당시 추도 열기가 높아 서점가에서는 법정스님 특수가 기대되던 때였다.

당연히 서점의 반발과 독자들의 계속 출판 요청이 이어졌다.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는 정가의 수십 배에 이르는 웃돈을 붙여 경매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유지 존중’ 샘터사 11종 출판 중지

 

스님 책의 출고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자 서점가에는 스님의 이름을 붙인 2차 저작물들이 쏟아졌다.

스님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스님의 책과 비슷한 제목을 붙인 책들도 날개 돋친 듯 판매됐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자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측과 출판사들은 한시적 판매에 대해 합의했다.

책 제작은 7월 말까지, 판매는 12월 31일까지.

출판사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셈이어서 강력한 반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스님의 상좌인 길상사 주지 덕현스님의 설명이다.

 

“출판사 대표들과의 관계가 특별한 상황이었다.

스님과는 업무를 넘어 마치 제자와 같은 관계라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지만 유지에 따라 절판에 합의해주었다.

스님을 추모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상업적 이용을 경계하고,

순수하게 가르침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출판권 계약 기간이 남아있지만 스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스님의 책을 가장 많이 출판한 ‘샘터’사의 경우 출판된 11종의 책을 모두 출판 중지했다.

그런 점은 다른 출판사들도 마찬가지다.

 

 ‘샘터’사 관계자는

 

“스님 책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출판사의 방침이다.”

 

출판사의 입장은 절판으로 모두 정리됐지만 재고 처리 등 후속문제가 남아있고,

그 또한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현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하고 있었다.

도서 유통시장 관계자는 의미 있는 언급을 했다.

 

“작년 연말쯤 서점들의 주문이 급증했다.

판매 중단이 예상되고 있어 일반 서점들이 그에 앞서 충분한 물량 확보를 해둔 것이다.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후에 재고와 반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 들어 아직은 서점의 주문이 없다.”

출판계와 서점가는 대체로 판매 중지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독자들의 수요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 수요를 이용해 자칫 스님의 저작물로 오해를 일으킬 만한 신간들도 나오고 있다.

상업적 이용에 대한 염려는 이미 현실이 돼버렸다.

출판과 판매 중단이라는 처음 있는 일을 두고 책이 누구의 것인가 하는 논쟁도 나오고 있다.

 

책은 비단 저자의 저작권과 출판사의 출판권이라는 점을 넘어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과 정신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서출판 인문정신의 고광영 대표는 독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한 사람의 언행은 삶이 끝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글은 시공을 넘어 오래도록 살아남고 인류의 유산으로 전해지게 된다.

위대한 삶과 글이라면 그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지대하다.

한 권의 책이 사라진다면 하나의 정신적 유산도 사라지는 것이다.”

 

책은 저자와 출판사의 것일 뿐 아니라 그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법정스님 책을 이대로 절판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법정스님이 입적한 지난해 3월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설법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한 불자가 합장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맑고 향기롭게’ 측도 스님의 가르침이 사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결정권을 가진 이사진도 각자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달랐다.

 

일단 기존에 발행하던 회보에 스님의 글을 계속 싣고 있었다.

발표된 글 중에 시기에 맞는 내용을 골라 다시 내보내는 것이다.

법정스님의 글이 세상과의 만남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독자층이 국한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덕현스님은 절판 이후의 사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출판사에서는 절판했지만 아직도 합의해야 할 사안이 많다.

특히 재고처리 문제 등은 숙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스님의 글이 사장되지 않도록 인터넷 공개 등 새로운 매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이사회의 결정과 기술적인 문제 등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시기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반드시 스님의 가르침을 독자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책을 절판하라 했지만 먼저 책을 쓴 이유는

그의 가르침이 세상에 전해져 살아있기를 바라는 뜻이었기에 그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도서 재고처리 문제 등이 해결되면 인터넷 공개 등을 통해

스님의 글을 접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맑고 향기롭게’ 측에서는 서울 성북동 길상사 인근 부지에 올 연말쯤 ‘맑고 향기롭게’ 재단 회관을 착공하고,

그 속에 스님을 기리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법정스님의 뜻은 겉모습으로 드러내 과장하기보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세상은 맑고 향기롭게 되리라는 희망이라고 했다.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스님의 가르침을 살릴 수 있도록 제자들과 지인들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는 게 재단 측의 입장이다.

작년 12월 31일로 법정스님 책의 공식적인 판매 시기가 지났다.

아직까지 서점에 남은 책들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이들이 그의 가르침을 그리워하고 그의 책을 찾고 있다.

그만큼 세상은 어지럽고 길을 알려줄 스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2011.1.18 주간경향 909호

 

출처 : 무소유 법정스님
글쓴이 : 연화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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