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금둔사 홍매화

문근영 2010. 10. 5. 09:13

     금둔사 홍매화


낙안읍성이 내려다보이는 금전산 자락에 자리한 금둔사에는 한창 붉은 홍매화가 타닥거리며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나무들은 온통 헐벗어 회청색의 겨울 빛인데 그 사이에 피어난 홍매화가 유난히도 붉다. 붉다 못해 자색이다. 추운 겨울 흰 눈을 이고 피어난 붉은 기개가 좋아 선비들은 홍매화를 바라보며 술잔을 기우리고 시 읊으고 그림 그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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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기승을 부리던 강추위가 물러가고 봄볕이 따스한 날 금둔사를 찾았다. 삼나무 숲길 끝에 덩그러니 서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담쟁이가 용트림 하듯 휘감고 있는 홍교다. 대웅전이 바로 보인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홍매화 여섯 그루를 친견하고 나니 등뒤에 봄볕이 따스하게 내려 앉아 내 마음도 함께 붉어져 갔다.

 

나무마다 납월홍매화 여섯 그루 중 몇째하고 순서를 매겨 놓았다. 25년 전 낙안면에 자생했던 800년 된 홍매화에서 씨앗을 받아다가 금둔사에 뿌렸더니 겨우 여섯 그루만 살아남아 절 이곳저곳에 심어 놓았단다. 그 나무들이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어 봄소식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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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내가 가장 먼저 피고 좌장 격인 첫 번째는 이제 서야 겨우 꽃망울을 달고 있으니 아우부터 내 보내고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찾아오려나 보다. 첫 번째가 피기에는 아마 3월 중순이 되어야 할 모양이다.

 

이 홍매화를 남겨 준 원목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20년 전 고사하였다 하니 지금의 여섯 형제 매화나무는 수령이 스물다섯 한창 장년이다. 그 여섯 형제에서 다시 씨받아 내린 손자 나무들도 이곳저곳에 자라고 있다. 이들이 다 자라 꽃을 피워 올리는 날, 금둔사는 홍매화 꽃 절이 될 터이다.

 

금둔사 지허스님 또한 멋을 아는 분이어서 매화나무 곁 돌담에 시 한 수 적어 기대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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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월매 - 신라인 최광유


    찬 서리 고운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바쁜 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

    개인 눈발 처음 녹아 물물어려 새로워라


    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

    찬 향기 가벼워 먼지 낀 흰 창문 닫는 구나

    내 내 고향 개울가 둘러선 나무는

    서쪽으로 먼 길 떠난 이 사람 기다릴까

  

이 납월매가 지금 호젓한 금둔사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납월이란 음력 섣달을 뜻하니 양력으로 1월서부터 피어나서 납월매란 이름을 얻은 것이다. 추운 겨울, 벌과 나비가 없는 철이라 열매 맺기가 힘들어 매실이 귀하단다. 벌과 나비가 없으니 사랑 또한 할 수 없고 사랑을 할 수 없으니 종자 남기기가 하늘에 별 따기일 터이다. 유득 홍매화가 절에 많은 것은 홍매화를 바라보며 사랑을 절제하며 금욕의 세월을 이기기 위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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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는 홍매화뿐이 아니다. 절터는 좁지만 매화나무를 많이 심어 놓아서 3월 중순이면 온 절이 꽃 대궐을 이룬다. 하얀 매화꽃에 둘러싸인 극랑정토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봄은 바람타고 남녘의 양지바른 곳에서부터 찾아온다. 강 자락이 보이는 구릉부터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면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슬슬 다가올 것이다. 올봄 매화 꽃 그늘에 앉아 한잔 술에 여흥을 돋우며 매화 향에 취해 봄도 좋을 것 같다.


                                                  2008.  2.  29.    F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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