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중국 갔다 온 이야기

문근영 2010. 8. 24. 07:07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샹하이 푸동 공항에서 츠푸(磁浮)라고 이름진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7분 만에 중심지인 용양로에

내렸습니다. 직선 코스를 달릴 때 속도가 시속 431 km 였니다. 샹하이는 이번으로 네 번째 방문

했지만, 푸동(浦東)지구는 맨해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갈 때마다 달라지는 스카이라인이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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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는 큰 부자가 6,000만 명이라지만, 아시다시피 다수의 도시민이나 시골에 사는 많은 사람

들은 아직도 열악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구 120만이라는 쑤저우(蘇州)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물의 시라지만 오염된 수로들.. 먼지 나는 더러운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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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자님이 살아계시던 2,500년 전 춘추시대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의 각축

장이던 역사의 고장을 밟은 감회가 깊었습니다. 오월동주(吳越舟) 와신상담(臥薪嘗膽)등의 고

사(古事)가 서려있는 땅을 지나가며, 정벌하고 복속하고 속고 속이고 배신하고 복수하는 인간사의

속성이 지금과 똑같이 그 날에도 이 드넓은 평원에서 벌어진 일들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몇 년 전에 왔었던 한산사(寒山寺)를 다시 찾았습니다. 당(唐) 시인(詩人) 장 계(張 繼)가 지은 ‘풍

교야박(楓橋夜泊)’이라는 칠언절구로 유명한 이 절.. 몇 년 전에 이곳에 와본 후, 이 시(詩)의 승구

(承句)인 ‘강풍어화대수면 江楓漁火對愁眠’ 의 해석이 늘 무언가 마음에 걸렸었지요.

 

  우리나라의 해석들은 하나같이 ‘강가의 단풍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고깃배의 등불.. 운운’으로 되

어 있어, 마치 한산사 가까이에 강이 있고 단풍나무들 사이로 멀리 강가의 고깃배의 등불이 보이는

경이 그려지지만, 실제로 와보면 강이 아니라 작은 배 두어 척이 스쳐 다닐 정도의 수로(水路)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쑤저우 일대에는  예나 지금이나 단풍나무가 없다는데, 어쨌든 ‘강풍어화 江楓漁火’ ‘江楓’

부분이 저는 늘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우리 일행의 안내자인 조선족 가이드가 이 부분을 ‘강촌교(江村橋)와 풍교(楓橋) 사이

수로의 고깃배들 틈에 댄 객선(客船)에서 시인 장 계(張 繼)가 밤을 보내며 한산사의 종소리를 듣는’

것으로 명쾌하게 거리낌도 없이 해석을 하더군요. 듣고 보니 매우 그럴 듯해서 작은 시원함을 느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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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한산사 정문 앞에는 강촌교(江村橋)라는 다리가 있고, 거기서 수백 미떨어진 곳에 그

유명한 풍교(楓橋)가 있으니, 강풍(江楓)이란 ‘강촌교(江村橋)와 풍교(楓橋) 사이 수로(水路)’라

고 자연스럽게 해석이 되는 것입니다. 그 가이드가 시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또한 그 해석을  

턱대고 따를 수는 없지만.. 하여간 연구할 일이 하나 늘었습니다.

 

   쑤저우 시의 복잡한 길들을 차창으로 내어다 보며, 낡고 빛바랜 옷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 같은

이 도시를 그야말로 동양의 베니스로 말끔하게 재탄생 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한가한 상념

잠겨 보았지요.

 

  다음날은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장가계(張家界)로 갔습니다. 비가 내린 후 안개가 걷혀 가는 천자

산, 황석채, 원가계를 돌아보며 크게 놀랐습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아름답고 거대한 산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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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높이 솟은 뾰족산들을 위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곳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서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높은 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계곡에 서

는 버스가 바로 제 발 아래에서 바늘 눈 만하게 보이고, 사방은 온통 걸작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바위산과 나무들...

 

  아는 여성 한 분이 장가계를 보고 감격해서 울었다는데.. 설마 했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여

성이라면 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감흥을 칠언절구로 지어

았습니다.


            張家界                   장가계


       忽入烟晴雨後山      안개 걷힌 비온 산에 홀연히 들어오니

       奇峰絶妙到連天      기이한 봉우리들 하늘에 닿아 있어

       問尋何處神人在      신선은 어디 있나 묻고 찾는 나

       不覺已余是一仙      내가 이미 신선인 줄 알지 못하네


  허나.. 그곳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저의 시력(詩力)은 그야말로 집채 만 한 파도 앞의 모래

하나로 느껴집니다......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저녁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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