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샹하이 푸동 공항에서 츠푸(磁浮)라고 이름진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7분 만에 중심지인 용양로에
내렸습니다. 직선 코스를 달릴 때 속도가 시속 431 km 였습니다. 샹하이는 이번으로 네 번째 방문
했지만, 푸동(浦東)지구는 맨해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갈 때마다 달라지는 스카이라인이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중국에는 큰 부자가 6,000만 명이라지만, 아시다시피 다수의 도시민이나 시골에 사는 많은 사람
들은 아직도 열악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구 120만이라는 쑤저우(蘇州)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물의 도시라지만 오염된 수로들.. 먼지 나는 더러운 길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자님이 살아계시던 2,500년 전 춘추시대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의 각축
장이던 역사의 고장을 밟은 감회가 깊었습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등의 고
사(古事)가 서려있는 땅을 지나가며, 정벌하고 복속하고 속고 속이고 배신하고 복수하는 인간사의
속성이 지금과 똑같이 그 옛날에도 이 드넓은 평원에서 벌어진 일들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몇 년 전에 왔었던 한산사(寒山寺)를 다시 찾았습니다. 당(唐) 시인(詩人) 장 계(張 繼)가 지은 ‘풍
교야박(楓橋夜泊)’이라는 칠언절구로 유명한 이 절.. 몇 년 전에 이곳에 와본 후, 이 시(詩)의 승구
(承句)인 ‘강풍어화대수면 江楓漁火對愁眠’ 의 해석이 늘 무언가 마음에 걸렸었지요.
우리나라의 해석들은 하나같이 ‘강가의 단풍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고깃배의 등불.. 운운’으로 되
어 있어, 마치 한산사 가까이에 강이 있고 단풍나무들 사이로 멀리 강가의 고깃배의 등불이 보이는
정경이 그려지지만, 실제로 와보면 강이 아니라 작은 배 두어 척이 스쳐 다닐 정도의 수로(水路)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쑤저우 일대에는 예나 지금이나 단풍나무가 없다는데, 어쨌든 ‘강풍어화 江楓漁火’ 의 ‘江楓’
부분이 저는 늘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우리 일행의 안내자인 조선족 가이드가 이 부분을 ‘강촌교(江村橋)와 풍교(楓橋) 사이
수로의 고깃배들 틈에 댄 객선(客船)에서 시인 장 계(張 繼)가 밤을 보내며 한산사의 종소리를 듣는’
것으로 명쾌하게 거리낌도 없이 해석을 하더군요. 듣고 보니 매우 그럴 듯해서 작은 시원함을 느꼈습
니다.
실제로 한산사 정문 앞에는 강촌교(江村橋)라는 다리가 있고, 거기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그
유명한 풍교(楓橋)가 있으니, 강풍(江楓)이란 ‘강촌교(江村橋)와 풍교(楓橋) 사이 수로(水路)’라
고 자연스럽게 해석이 되는 것입니다. 그 가이드가 시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또한 그 해석을 무
턱대고 따를 수는 없지만.. 하여간 연구할 일이 하나 늘었습니다.
쑤저우 시의 복잡한 길들을 차창으로 내어다 보며, 낡고 빛바랜 옷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 같은
이 도시를 그야말로 동양의 베니스로 말끔하게 재탄생 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한가한 상념에도
잠겨 보았지요.
다음날은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장가계(張家界)로 갔습니다. 비가 내린 후 안개가 걷혀 가는 천자
산, 황석채, 원가계를 돌아보며 크게 놀랐습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아름답고 거대한 산이 있었구나!
매우 높이 솟은 뾰족산들을 위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곳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서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높은 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계곡에 서있
는 버스가 바로 제 발 아래에서 바늘 눈 만하게 보이고, 사방은 온통 걸작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바위산과 나무들...
아는 여성 한 분이 장가계를 보고 감격해서 울었다는데.. 설마 했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여
성이라면 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감흥을 칠언절구로 지어
보았습니다.
張家界 장가계
忽入烟晴雨後山 안개 걷힌 비온 산에 홀연히 들어오니
奇峰絶妙到連天 기이한 봉우리들 하늘에 닿아 있어
問尋何處神人在 신선은 어디 있나 묻고 찾는 나
不覺已余是一仙 내가 이미 신선인 줄 알지 못하네
허나.. 그곳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저의 시력(詩力)은 그야말로 집채 만 한 파도 앞의 모래
알 하나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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