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 박석무

문근영 2010. 7. 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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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공자의 제자 원헌(原憲)이라는 사람이 어느날 공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사람의 행위 중에 어떤 것이 부끄럽고 욕된 것인가요?”(憲問恥) 공자가 답하기를, “나라에 도가 있으면 녹을 받는 벼슬을 하지만,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녹을 받는 벼슬을 하는 것이 부끄럽고 욕된 일이다”(子曰邦有道穀 邦無道穀 恥也 : 憲問章)라고 성인다운 답변을 했습니다.

조선왕조 광해군 때의 일입니다. ‘살제폐모(殺弟廢母)’라는 전대미문의 패악한 정치가 소인들의 사주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영의정이던 이덕형·이항복·이원익 등 세 재상들은 옳은 주장을 펴다가 모두 탈관삭직 당하여 무도한 나라에서 녹을 받는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진정한 정치인이고 명재상이자 ‘대쪽재상’입니다.

다산은 이런 경(經)을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해석합니다. “올바른 지식인(君子)은 모나고 둥글지 않아서 올바르게 다스려지는 나라에는 합해지지만 난세에는 합하지 않아야 하는데, 치세나 난세를 가리지 않고 어느 때나 녹을 받아먹는다면 그의 사람됨을 알만하니 그런 행위가 부끄러운 일이다”(君子之道 方而不圓 合於治世 違於亂世 若治世亂世 無往而不食祿 則其人可知 是恥也 : 論語古今註券七)라는 정곡을 찌르는 주장을 폈습니다.

나라가 망하여 뜻있는 선비들은 해외로 망명하여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조국의 광복을 위해 희생하고 있을 때, 친일파가 되어 고관대작으로 녹을 먹던 사람들이 해방 조국에서도 고관대작을 그대로 누린 것이 우리나라의 일입니다. 유신시대 그리고 5공 시절, 자유와 인권이 탄압받아 숨도 쉬기 어렵고 곧고 바른 사람이 죽임과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하던 때에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민주화 시대 이후에도 또 다시 고관대작으로 위세를 부리고, 또 명재상이니 ‘대쪽재상’이니 온갖 칭송을 받고 있으니 공자와 다산이 주장한 부끄러움과 욕됨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치세에나 난세에도 모나지 않고 둥글게만 살아야 만인의 존경을 받고 고관대작에 오를 수 있으니 공자나 다산은 지하에서 뭐라고 하실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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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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