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스크랩] Re:전남 담양 명옥헌의 자미꽃과 때묻지 않은 원림

문근영 2010. 7. 18. 07:54

▲ 장방형의 연못 방죽
ⓒ 조찬현
그늘이 짙게 드리운 무등산 숲길을 지나 담양으로 내려가면서 만난 광주 댐 풍경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다가온다. 오리나무와 아카시아 나뭇잎사이로 하얀 뭉게구름 피어올라 마음에 머문다.

명옥헌 원림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부터 분홍꽃물결이다. 명옥헌이 있는 전남 담양군 후산마을은 환경부와 담양군에서 지정한 생태마을이다. 마을 회관 앞의 커다란 버드나무 고목은 세월의 무게가 힘겨운지 호수에 빠질 듯이 길게 늘어져있다.

마을을 기웃거리며 걷는 여유로움이 좋다

물가 벤치에는 이름 모를 잡풀이 앉아있다. 방죽에서는 소금쟁이들이 무리지어 원을 그리고 풍경은 벌써부터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분홍빛 배롱나무 꽃이 활활 타오르는 명옥헌 원림은 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비좁은 마을 안길은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여서 차와 맞닥뜨리면 어쩌나 하는 초조감이 들 정도다. 마을 입구 회관 앞에 차를 세워두고 마을을 기웃거리며 걷는 것이 여유롭고 좋다.

장방형의 연못 방죽에는 물풀이 빼곡하고 배롱나무 분홍빛 가득하다. 무더위에 지친 구름도 연못에 머물고 노송도 그림자를 물에 담그고 있다. 말매미는 소나무가지에서 귀청이 떨어져라 울고 있다.

▲ 연못에는 배롱나무 분홍빛 가득하다
ⓒ 조찬현
▲ 방죽 건너 집, 빛바랜 대나무사립문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사립문에 매달린 대나무 우체통엔 오랜 기다림이 머물고 있다.
ⓒ 조찬현
배롱나무 분홍 꽃 우수수 진 꽃길을 막내 딸아이와 함께 걸었다.

"내가 꽃인 줄 아나봐, 벌이 왔다 날아갔어."
"꽃 예쁘지?"
"나보단 안 예뻐."
"……"

방죽 건너 집, 빛바랜 대나무사립문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사립문에 매달린 대나무 우체통엔 오랜 기다림이 머물고 있다. 피다말고 뚝 떨어진 동백꽃만이 예쁜 게 아니다. 방죽에 떨어져 내린 배롱 꽃 분홍 잎, 애처롭게 아름답다.

▲ 배롱나무 아래 꽃 무릇 붉은 꽃, 저 홀로 붉디붉게 피었다.
ⓒ 조찬현
꼭꼭 숨어 때 묻지 않은 신비로운 원림

배롱나무 아래 꽃 무릇 붉은 꽃, 저 홀로 붉디붉게 피었다. 소녀는 풍경을 담고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아도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다. 찰칵~ 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이어진다.

골을 타고 흐르는 물이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낸다는 명옥헌, 방죽 둑의 안내판을 잠깐 살펴보자.

▲ 명옥헌 현판
ⓒ 조찬현
▲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의 명옥헌 원림은 소박하고 정겹다.
ⓒ 조찬현
▲ 명옥헌 정자 정면
ⓒ 조찬현
전라남도 기념물 제44호인 담양 후산리 명옥헌 원림은 조선중기 오희도(1583~1623)가 건물을 짓고 살던 곳이다. 그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은 부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둔하면서 자연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이를 명옥헌이라 이름 지었다.

정자의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는 적송과 자미나무, 꽃나무 등을 심었다.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정자는 소박하고 정겹다.

▲ 솔밭과 배롱나무 숲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오솔길이 정겹다.
ⓒ 조찬현
▲ 산 그림자 드리운 수면에는 배롱 꽃 분홍 잎 고요히 떠있다.
ⓒ 조찬현
▲ 때 묻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하늘과 구름, 분홍 꽃 잎, 물풀... 모든 것이 세월을 잊은 듯하다.
ⓒ 조찬현
산 그림자 드리운 수면에는 배롱 꽃 분홍 잎 고요히 떠있다. 매혹적인 배롱나무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약 100일 동안 피고 진다. 명옥헌은 소쇄원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가 정원이다.

이곳에는 때 묻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하늘과 구름, 분홍 꽃 잎, 물풀… 모든 것이 세월을 잊은 듯하다. 꼭꼭 숨어있는 신비로운 푸르름이 있다.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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