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茶山이야기] 정조와 다산의 대화 / 박석무

문근영 2010. 6. 7. 06:02

정조와 다산의 대화


최근에 출판사 「추수밭」에서 새로 나온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제목은 『이산 정조대왕』이라는 책인데, “조선의 이노베이터”라는 부제가 쓰여 있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는 더러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고,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설명하여 어떤 부분의 의심나는 분야를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책은 아닌 것 같으나, 참으로 어려운 때에 왕위에 올라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과는 거리가 먼 노론벽파라는 강력한 정치집단과 맞서면서 국가의 개혁을 이룩하고, 정치의 전면에서 활동하기 힘들던 시파나 남인계열의 정치인들을 부추겨주던 내용들은 대체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작은 제목으로 ‘정조 안의 사람들’이라는 마지막 장에서 다산 정약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정조와 다산이 처음 만나는, 이른바 ‘풍운지회(風雲之會)’를 정조 33세, 다산 22세 때인 1783년 여름날의 일이었다고 했는데, 그해는 정조는 32세였고 다산은 22세였습니다. 천주교 쪽에서 서학에 대한 강학회였다고 주장하는 여주의 주어사나 광주의 천진암 강학회에서는 순수한 경학에 대한 강학을 했다는 다산의 기록이 있을 뿐인데, “우리가 서학의 정수를 끄집어내보자고”라는 말을 하면서 서학에 대한 강학회라고 기술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정조시대에 국가에서 편찬하여 간행한 서적으로 『팔자백선』·『대전통편』·『국조보감』·『병학통』등의 책이 있었습니다. 그런 책을 정조가 다산에게 하사해주었는데 외부에서 구입한 책으로 기술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역사적 팩트에 어긋난 부분이 눈에 띄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그 부분의 마지막에서, 정조와 다산이 저승에서 만났다면 이런 대화를 했으리라는 소설적 표현 부분이 마음에 들어 인용해봅니다.

“약용아. 나는 완성의 일보직전에 좌절했는데, 너는 절망 속에서 승리했구나!”라는 정조의 말씀에,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조그만 알맹이를 건졌을 뿐이지만, 전하께서는 이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신 겁니다”라는 다산의 대답이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일세의 개혁군주와 조선 최고의 학자 정약용. 희망을 뿌린 것도 옳고, 좌절의 불우함도 극복하고 근대의 여명을 열었던 대학자의 업적을 찬양함도 옳았습니다. 역사는 그렇게 평하고 있지 않는가요.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