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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요즈음 각 정당 대표들의 발언에서 한자어(漢字語) 사용이 눈길을 끈다. 국가의 지도급 인사들이 자신의 위상에 걸맞게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좀더 정확히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백, 꿈처럼 덧없는 인생을 읊었건만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지난 3월 17일 전당대회에서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심정으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부작침’은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백(李白)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백이 젊었을 때 공부를 하다가 학업을 완성하기 전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길에서 노파가 절굿공이를 갈고 있는(磨杵)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바늘을 만든다(作針)”는 것이었다. 이 말에 느낀 바 있어서 이백은 정진하여 학업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고사의 정확한 표기는 ‘마저작침(磨杵作針)’이어야 한다. 물론 ‘마부작침’이라 해서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고사에서 유래된 성어(成語)를 정확히 인용할 필요가 있다. 또 이 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뜻 보다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까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이회창 대표는 또 같은 날 대표 취임 연설에서 이런 말도 했다. “‘천지는 만물이 머무는 여관이요, 시간은 영원한 나그네’라는 말이 있다. 그 나그넷길에 제가 선진당과 조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대표가 인용한 구절은 역시 이백의 유명한 글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의 첫 대목으로 원문은 “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이다. 그런데 다음에 곧 “浮生若夢 爲歡幾何”(뜬 인생이 꿈과 같으니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구절이 이어진다. 그러므로 이 단락은 ‘더 넓은 천지간에 살면서 시간은 머물지 않고 나그네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기껏 백년도 못사는 우리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되겠는가’로 해석된다. 이렇게 볼 때 “그 나그넷길에 제가 … ” 운운한 이 대표의 말은 이백의 글의 내용과는 좀 동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품위 있는 언어 구사, 다만 좀더 정확히 사용했으면
지난 3월 22일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4대강 공사로 금수강산 맑은 물이 탁수강산이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보도를 읽고 나는 깜짝 놀랐다. 후에 확인해 보니 정 대표는 “(금수강산의) 그 ‘수’가 물 수(水)는 아니지만 … ”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다. 그러나 ‘금수강산’과 ‘탁수강산’을 대비시킨 표현을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이 대표와 정 대표의 말에 트집을 잡으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흔한 지도자급 정치인의 ‘막말’과는 달리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하려는 두 사람의 자세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다만 그러한 자세를 계속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약간의 충고를 했을 뿐이다. 아울러 이 기회에 우리문화의 뿌리인 한자, 한문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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