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이 다가오고 크리스마스가 내일이니,
지나온 한 해가 무척이나 아쉽다.
자질구레한 살림살이 뭐가 그리 소중타고......
이리저리 두서없이 살림살이에만 집착 해 봐도,
뭐하나 뚜렷이 제대로 이룬것 하나없이,
이 해는 어느덧 허무하게 지나간다.
아내랑 함께 저녁을 먹다말고,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올 해가 다 가기전에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오자" 제안하니,
아내 역시 공감하고 흔쾌히 "좋다!" "가요!" 한다.
이른새벽 역에 나가 강릉가는 열차타고,
아무런 계획없이 경북 북부쪽을 향하여,
강원도 산간 내륙으로 무작정 달려본다.
동대구를 출발하여, 영천,의성을 지나, 안동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창 밖으로 먼동이 트인다
아침 6시 20분발 무궁화 열차타고 강릉까지 가는데는, 6시간 10분이 소요된다.
모처럼의 기차여행이라 그런지,
창밖으로 스쳐가는 시골의 풍경은 겨울이라도 그 정취가 한결 물씬스럽다.
영주를 지나고 봉화, 춘양, 태백, 승부역을 지나니,
응달에는 제법 많은 눈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제대로 된 겨울 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태백을 지나 탄광들이 밀집된 통리,철암 나전 지역을 지날때는,
주위에 온통 탄광들과 석탄들이 즐비하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폐광으로 조용하기만 하던 곳들이,
비교적 활기찬 모습인걸로 보아,
현재의 어려운 경기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태백산맥을 넘어 선 기차는 나전 신기,를 지나고 부터는
온통 주위가 눈밭으로 덮여있다.
어저께 강릉 동해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온 터라,
그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 한눈으로 실감한다.
동해역을 지나면서 부터 열차는,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고,
주위의 설경과 어울린 겨울바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정동진 쪽으로 가는 길에는 온통 눈속에 휩쌓인 풍경들 뿐이다.
열차안에서 편안하게 구경하는 우리 부부에게야 참 보기에 좋다지만,
저 산골 현지인들의 "겨울나기"는 얼마나 힘이들까...
그저 바라만 보는것 조차도 미안하고 죄스럽다.
해안 초소에서 제설작업을 하고있는 군인들을 보노라니,
군에 간 아이 녀석이 생각난다.
이 녀석도 지금쯤 눈 치운다고 힘들어 하지는 않을런지....
정동진에 도착했다.
아내가 언제부터 "꼭 한번 가 보고싶다"고 하던 곳이다....
좋아 보이면 이곳에서 하차를 하려 하였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그다지 길게 머물기에는 마땅치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
그냥 종착역까지 가기로 하고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은 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하는 미련에
약 2분간의 정차시간을 이용하여,
휘~딱 내려 사진 몇장 찍어 본다.
아내는 모처럼의 이 여행에 뭐가그리 좋은지...
연신 수줍은 소녀마냥 상기 된 얼굴로
창밖의 설경에 흠뻑 취한 모습이다.
에~구~~
저렇게도 좋아하는데.....
진작 좀 자주자주 함께 다닐껄.......
미안한 마음에 난 잠시, 말 문을 닫는다.
강릉에 도착하니 12시 40분....
돌아갈 기차표를 예약하니, 오후3시45분이 막차란다.
강릉시내는 폭설의 여파로 온통 난리다.....
걸어다니기에도, 차를 타기에도 쉽지가 않고,
여유시간 3시간으로는, 마땅히 둘러 볼 만한 곳도 별로 없다.
우리는 걸어서 인근 "재래시장"에 들러,
먼길 나설 간식으로, 약간의 과일과 떡을 좀 사서 들곤,
시장 지하 횟집에서 간단한 식사와 소주 몇 잔 나누고 다시 귀가길을 나선다.
비록,역 앞 광장에서 사진 한장 찍고 돌아오는....
지극히 단조롭고 즉흥적인 여행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이 여행을 통하여,
많은 시간을 열차 안에서나마 함께 할 수 있었고,
집안이야기,아이들 이야기,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등등.....,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음 만으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는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길에....
점심을 먹었던 그 식당 벽에 붙어있던 글귀가 자꾸만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사람"
이라고......
.
.
,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아 본다......
.
.
.
가족이 보인다......
.
군에 간 아들 녀석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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