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편지

[우리말편지] 어머니 글(예전에 보낸 편지)|

문근영 2010. 5. 18. 19:44

안녕하세요.

 

토요일에는 편지를 보내드리지 않지만,

가끔은 제 이야기를 쓰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어제 어머니가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겨우 이삼 일 계시다 다시 고향으로 가시겠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보는 것은 언제나 좋고 기쁜 일입니다.

실은 곧 제 생일인데, 그 핑계 대고 손자, 손녀 보러오시는 거죠. ^^*

 

예전에 어머니가 쓴 편지를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편지를 다시 보내드립니다.

 

 

 

 

[맞춤법이 엉망인 어머니 편지]

 


 

 

벌써 토요일입니다.

제가 언젠가 맞춤법을 잘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에게 답장 보내기가 껄끄럽다는 분이 계신데요.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남이 보낸 편지를 가슴으로 읽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유부남(유달리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답장 보내주세요.

 


오늘은 맞춤법 이야기가 아니라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맞춤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제가 가장 아끼는 편지는 맞춤법이 엉망인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7년 전이네요.

1999년 9월 9일, 아침 출근길에 어머니가 웬 곱게 접은 쪽지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어주시면서

잠시 후 9시 9분 9초에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말로 9시 9분 9초 그 쪽지를 꺼내서 읽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겁니다.

 


 



실은

그날이 9자가 9번 겹치는 날이라고 언론에서 많이 떠들어,

어머니가 그날을 그냥 넘기고 싶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쓸 수 있는 가장 깨끗한 종이인 편지봉투 뒷면에

어머니가 아들에게 바라는 글을 적어주신 것이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를 썼는데도 9자가 여덟 번밖에 나오지 않아

맨 뒤에 '9명 왕자'라고 덧붙였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독자라서 아들 욕심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신 어머니가

정성을 담아 아들에게 써준 편지에서 어찌 감히 맞춤법을 따지겠습니까.

바로 이 편지가 제가 가장 아끼는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곱게 코팅해서 지금도 제 책상 밑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이런 어머니가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간경화로 아주대병원에 입원하신 지 한 달 가까이 되네요.

그 때문에 제가 요즘 집에서 자지 못하고 병원에서 한뎃잠을 잡니다.

낮에는 일터에 나오지만 밤에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

 


병상에 계신 어머니가 빨리 일어나셔서

맞춤법이 엉터리인 편지를 다시 한번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또 보내주세요.

 


우리말123

 

 

 

 

[어머니 ‘생왈수기’]

 


며칠 전에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1999년 9월에 어머니가 쓰신 쪽지를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오늘도 맞춤법이 엉망(?)인 어머니 글 하나 소개할게요.

 


몇 년 전, 어머니 칠순 잔치에 오신 분께 어머니가 쓰고 계시는 생활수기를 보여드리면서,

10년 뒤 팔순 잔치 때는 어머니 글을 책으로 엮어서 잔치에 오신 분께 드리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틈 날 때마다 생활수기를 쓰고 계십니다.

아마 어렵게 살아오신 삶을 어떤 기록으로 좀 남기고 싶으셨나 봅니다.

현재 3쪽 쓰셨는데,

그 편지 맨 앞장을 소개합니다.

 


 

그냥 웃으시라고 보내드리는 겁니다.

지난번 쪽지는 편지지 뒷면에 쓰셨던데,

이번 생활수기는 제가 대학 다닐 때 쓰다 버린 '레포트용지'에 쓰셨네요.

 


오늘도 행복하게 잘 보내세요.

 


보태기)

'레포트용지'는 ‘리포트 용지’가 맞는데, 원래 종이에 그렇게 써 있어서 ‘ ’속에 넣어 ‘레포트’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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