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 불안 떨치고 재도약하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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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자살률이 급증해 인구십만명당 자살률은 1995년 11.8명에서 2005년 26.1명으로 2.2배 증가했다. 2006년 통계청이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사회조사를 한 것을 보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10.3%이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 48.1%, 직장문제 6%, 가정불화 15.4%, 질환·장애 8.2%로 경제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개방과 무역자유화는 비교우위산업의 성장·집중과 비교열위산업의 쇠퇴를 초래하며 그 결과 시장경쟁의 승자·패자가 발생한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경제 개방의 패자를 배제하는 정책으로 사회 갈등을 억제할 수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이런 식의 배제 전략이 어려워진다. 급진적 시장주의자들은 사회 갈등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고 시장을 통해서 조정하는 자유방임주의를 강조하지만, 19세기의 자유방임주의는 10명의 성인 남자들 중 3~5명 정도만 투표권을 가졌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급진적 시장주의는 자유주의의 깃발을 내걸고 있지만 패자를 배제하는 전략이란 점에서 본질적으로 권위주의와 동일한 것이다. 경제개방으로 촉발된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정책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경제개방도 어려워진다.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같은 개방경제일수록 사회지출 비중이 큰 것도 개방에 따른 사회보험과 조정 필요성 때문이다. 국가가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투자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할수록 인적자본의 질이 향상되며, 육아와 가사 노동을 지원하는 사회정책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 장기 성장잠재력을 강화한다. 유연성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반면 안정성을 훼손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를 이루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체제를 노동시장, 금융, 거시경제와 사회정책 분야 등 경제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는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잘 기능하는 사회복지서비스가 위험부담 사회자본(risk-taking social capital)을 확충하여 국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창업 활성화는 고용 문제 해결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의 벤처기업가 성공 사례를 보면 한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회복지가 확충되지 못한 우리의 경우 사업에 도전했다가 한번 실패하면 당장 가족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게 되므로 사업에 재도전하기 매우 힘들다. 시장경쟁의 패배자들이 다시 경기에 나서기 힘들다면 독과점과 양극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정책 지원으로 시장 패배자가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해야 시장 경쟁체제도 건강성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쟁력은 단순히 비용 경쟁력이 아니라 인적자본의 질,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혁신투자 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 제도적 능력 등에 크게 의존한다. 아무런 사회 보호 장치가 없이 개인 혼자 힘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전부 감당해야 한다면 여성은 출산을 기피하고 젊은이들은 의사, 공무원, 공기업같은 안정적 직업에만 몰려들고 모험정신과 창의력은 위축되어 경제의 역동적 효율이 둔화될 것이다. 저임금과 비용 삭감같은 수량 경쟁으로 중국·인도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어차피 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면 사회정책은 도덕적 해이를 확산하는 소비성 지출일 뿐이라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정책은 지원 대상, 인센티브와 전달기구 등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위험부담 능력과 기업가정신을 강화하여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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