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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세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 조 영 철

문근영 2010. 4. 30. 09:13

세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조 영 철(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세계화에 대한 평가는 긍정론과 비판론이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세계화는 일도양단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화를 평가하려면 우선 세계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말~제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 기간을 제1차 세계화라 하고,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 중인 세계화를 제2차 세계화라고 부른다. 1차 세계화는 상품, 노동, 자본의 국제 이동이 활발했던 반면, 현재의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의 이동만 활발하고 노동 이동은 제한적이다. 즉 오늘날의 세계화란 상품 이동의 자유를 말하는 자유무역과 자본 이동의 자유를 뜻하는 금융자유화·금융세계화,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세계화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자유무역과 금융자유화란 두 측면의 세계화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 활용엔 성공적, 금융자유화 흐름엔 신중해야

무역개방이나 자유무역이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실증연구들을 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자유무역의 세계화 흐름을 적극 활용한 나라인 한국, 대만, 중국, 인도 등은 모두 경제발전에 성공한 반면, 자유무역의 세계화 흐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빈곤 문제가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못했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자유무역의 세계화는 개도국의 저임노동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임금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감소시킨다고 본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의 고도성장으로 인해 세계 불평등은 줄었다. 그러나 밀라노비치(B. Milanovic)는 세계 불평등 감소가 중국·인도 효과에 불과하며 각국의 인구 가중치를 두지 않고 다시 계산하면 세계 불평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자유무역이 불평등에 미친 효과에 대해서는 실증분석 결과가 엇갈리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은 무역자유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했다는 점에서 일치하는 편이다. 물론 스티글리츠(J. Stiglitz)같은 비판론자들의 경우 개도국들이 전면적인 개방을 하기보다 유치산업보호론의 장점을 고려해 개방의 속도와 분야를 전략적으로 조정하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무역의 긍정적 효과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의 효과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금융자유화·자본자유화의 효과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자유무역보다 덜 우호적이다. 1970년대 말 이후 금융자유화·자본자유화정책을 추진한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멕시코, 스페인, 뉴질랜드,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급속한 자본유입에 의한 호황 이후 대규모 자본유출로 인한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겪었다. 스티글리츠에 의하면 자본자유화가 경제 불안정성과 위기 가능성을 높이는데,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지속적 영향을 미쳐 장기성장률을 저해하고, 자본흐름이 경기순응적이기 때문에 경제 변동성도 커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세계은행과 IMF도 금융자유화·자본자유화를 무조건 권고하던 이전의 태도를 바꿔 금융제도와 금융하부구조가 취약한 개도국일수록 금융자유화·금융세계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제1차 세계화의 문제점을 가장 정확히 지적했던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 Keynes)도 자유무역은 안정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금융시장은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는 불완전한 시장이기 때문에 경제 안정을 위해 국가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더욱이 케인스는 국가가 국제 자본흐름을 규제하지 않으면 자본의 이탈 권력(exit power) 강화로 국민국가의 정책 자율성과 민주주의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복지제도 잘 갖추면 개방에 더 유연해질 수 있어

세계화에는 자유무역의 세계화와 금융세계화 두 가지가 혼재해 있다. 1950년대부터 시작한 자유무역 세계화는 서구 복지국가의 경제적 토대였던 1950~60년대 황금기(golden age)를 가능하게 했고, 한국, 대만,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과 개도국의 성공을 가져왔다. 이에 반해 1980년대부터 본격화한 금융세계화의 성공 사례는 자유무역처럼 뚜렷하지 않다. 중국, 인도가 제2차 세계화 시대의 성공 사례인 것은 분명하지만, 금융자유화·금융세계화 정책으로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자유무역과 금융세계화는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실증연구들을 종합하면 금융세계화의 부작용이 무역자유화의 부작용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더라도 금융자유화·금융세계화 정책은 무역자유화 정책보다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2차대전 이후 서구 선진국들은 복지제도 확립으로 자유무역의 충격을 흡수하고 소득안정이 보장되고 난 뒤에 통상 개방에 유연해질 수 있었다. 복지선진국인 유럽이 복지국가가 상대적으로 뒤쳐진 일본·미국에 비해 훨씬 더 개방적이고 수출의존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같이 소규모 개방경제일수록 정부가 규모가 큰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자유무역과 복지국가의 관계를 대립적으로만 보지 말고, 잘 기능하는 복지제도는 외부 충격을 흡수해 세계화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한다는 복지의 적극적 측면을 수용·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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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영철
· 현 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경제학박사
· 저서 :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2007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