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의 ‘아래로부터의 정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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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도 있었다. 다산이 곡산부사로 임명되어 부임하던 길이었다. 행렬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시위주동자 ‘이계심’이었다. 그는 부당한 세금에 항의해 시위를 일으켰다 달아나 체포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주위에서 그를 체포하려는 것을 물리치고 다산은 석방하며 말했다. “관(官)이 밝지 못한 까닭은, 민(民)이 자신을 위한 도모만 잘하고 폐단을 들어 관청에 대들지 않기 때문이다. 너같은 사람은 관청에서 천금을 주고 사야할 것이다.”(<자찬묘지명>에서) 요즘말로 풀어보면, 시민의 이기적 행태를 개탄하고 공익 대변적 ‘직접행동’을 권장한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평화적인 직접행동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의의가 있다. 하물며 민주주의의 결손현상이 농후한 경우에야. 위임과 책임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민의 직접행동에 대해서 제도권에 맡기라고만 설득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제도는 공동체에 필요한 질서를 법적으로 보장하여 안정성과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도는 많은 사람이 다녀서 생겼거나 많이 다니도록 잘 만든 길과 같다. 사정이 바뀌면 길도 바뀐다.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변화나 대체적 제도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가령 정당이 정치결사체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정치활동을 조직화하는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정치결사체를 모색해볼 수 있는 것이다. 정치는 말의 세계이다. 말의 세계는 정보기술혁명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어느 경제학파의 ‘조직비용’, ‘거래비용’, ‘관계적 계약’이라는 아이디어에 비춰본다면, 정치시스템의 비용구조가 획기적으로 달라졌고, 이에 따라 정치권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를테면, 인터넷 공간에서 조직비용이 현저히 낮은 조그만 정치커뮤니티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수평적으로 소통과 연대를 도모하고 정치적 사안에 따라 결합하고 신뢰의 축적에 따라 지속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구현되는 말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정치를 열 수밖에 없다. 꼭 정치모임만은 아닌 다양한 커뮤니티가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 공적 문제에 관한 의견과 해결책을 말할 것이다. 이 가운데 자칭 정치전문가보다 문제해결능력이 더 나은 아마추어 정치인도 양산될 것이고, 공공성을 갖춘 리더십과 네트워크가 등장하여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 네트워크는 리더십과 운영방식이 종전과 다르고, 의제설정과 정책생산 면에서 기존 정당보다 우월할 것이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존 정당은 주류언론과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도 그늘은 있기 마련이다. 선정주의와 언어폭력과 조작에다, 새로운 차별과 말의 홍수 현상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세력은 말을 독점하려 한다는 점이다. 결국 자기 눈과 귀를 가릴 뿐인데 언론통제를 시도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IT혁명에 의한 말의 세계는 평범한 개인들의 소통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며, 그런 만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시스템에서도 중요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동의와 협력이다. 대중의 동의와 협력은 공적인 문제의 해결능력과 신뢰구축이 관건일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했거늘, 다산은 ‘위로부터의 정치’ 세계에 살면서 과거의 탕왕의 얘기를 빌어 미래의 ‘아래로부터의 정치’를 말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이해를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산은 장자의 말을 인용하여 논설의 끝을 맺었다. “여름 한철만 사는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다산연구소의 ‘대학생 실학캠프2008’이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올해로 3년째이다. 7월 8일, 남양주 다산생가를 출발하여 수원화성을 지나 강진의 다산수련원에 캠프를 정하고 인근 유적지를 답사하는 3박 4일의 일정이다. 전문가의 유적지 안내와 해설이 제공되지만, 무엇을 배울지는 참가자의 몫이다. 나도 대학생들과 함께 다산을 만나러 실학을 배우러 떠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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