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3대 관음 성지에서 맛보는 평온과 안식

문근영 2010. 2. 15. 09:56

3대 관음 성지에서 맛보는 평온과 안식

조승미 기자가 추천하는 ‘행복한 여행’
 
▲ 외포리 선착장 © 보문사 제공
아바로키테슈바라. 바다를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관음성지를 걷다보면, 내면에 잠들어 있던 평화와 안식이 깜짝 놀라 깨어나 여유와 균형의 세계로 이끌는지 모를 일이다.

‘아바로키테슈바라’는 산스크리트어로 ‘가냘픈 소리를 내려다보다’란 뜻. 세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 도와주려고 애쓰는 관세음보살을 칭한다. 동아시아에서는 8세기쯤부터 관세음보살을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모습으로도 묘사해 왔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두루 겸비한 신적인 존재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곳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바다가 없는 티베트에서는 키추 강을 바다로 가정하고 관세음보살이 있다고 한다. 이 짧은 추석 연휴에 티베트까지 한걸음에 내달려가는 것은 무리겠지만,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보문사, 보리암, 낙산사 중 한 곳으로 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걸음은 아닐 터다.
 
▲ 보문사 눈썹바위 © 이경 제공
강화 석모도 보문사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에 창건됐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야 한다. 300m의 오르막길을 걷고, 마애석불좌상까지는 400여 계단을 올라야 한다. 다소 고생스럽지만 올라가면 서해바다 은빛 갯벌과 황금 들녘이 땀을 씻어준다. 입구에서 시식용으로 받는 강화쑥 튀김을 씹어 먹으며 천천히 가다보면 어느새 극락보전이다. 극락보전 앞에 씩씩하게 서있는 향나무는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절에서 1㎞ 뒤쪽으로 올라간 절벽 눈썹바위 밑에 마애관음상이 있다. 앞에서 소원을 한 가지 비는 것은 필수다. 절 안 찻집 ‘감로다원’에서 마시는 차 한 잔도 일품이다. 다원 분위기가 멋스럽고 고풍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늦으면 석모도에서 나오는 배를 놓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문의 032-933-8271
 
▲ 보리암 ©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제공
 
남해 금산 보리암

부부별산제와 모계제 등 양성평등에 앞장섰던 가야여왕 허황옥과 김수로왕. 허황옥은 먼 인도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왔다. 이 가야여왕의 삼촌 장유선사가 세웠다는 유력한 창건 설화를 가진 남해 보리암.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관세음보살상이 현재의 관세음보살상이라고. 일출도 장관이지만,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면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욱 물씬 난다. 금산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남해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 관음상의 자태도 아름답다. 한려해상을 한눈에 품었을 이주 여성 대장부 허황옥의 기개를 상상해 본다. 문의 055-862-6115
 
▲ 낙산사 해수관음상 © 낙산사 제공
강원도 양양 낙산사

지난 2005년 산불로 전소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낙산사. 창건 이후 여러 차례 소실 위기를 맞았으나 관음성지의 맥은 끊임이 없었다. 몽골 침입 당시도 건물이 불탔으나 관음상만은 약간의 화를 입는 데 그쳤다. 다른 관음성지에 비해 경사가 완만해 오르기가 쉽다. 아직 나무가 많이 자라지 않아 그늘이 많지는 않지만, 오봉산 자락 관음상의 미소는 동해 바다의 넉넉함과 후덕함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낙산사의 해수 관음상은 동양 최대 크기다. 문의 033-672-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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