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꽃/문정희
새벽 두 시인데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나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아요
저녁 때 사거리에서
청담사거리를 묻는 노인에게
그만 봉은사거리를 가리키고 말았어요
그 노인은 지금 쯤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요
청담사거리를 찾다 지쳐
수천마리 귀뚜라미들을 데리고 쓰러져 있을까요
외줄에서 떨어진 줄광대처럼
산발한 어둠속에 떨고 있을까요
정육점의 불빛처럼 충혈된 밤
사방에서 컹컹 내지르는 짐승소리를 들으며
모래바람 날리는 자동차들 속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성직자처럼 기도를 올리고 있을까요
죽어서도 석남꽃 머리에 꽂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온 신라의 남자처럼
벌써 죽어 아름다운 관에 누워 있을까요
내 불면의 가지 끝에 검은 눈썹 달이
갈매기처럼 끼룩거리고 있어요
세상에는 왜 이리 길을 묻는 사람이 많을까요
여보, 나침판과 지도는 모두 어디에 있지요
*길 묻는 사람이 비단 노인뿐이겠는가? 매일 드나드는 집앞 골목에서도
길 잃은 듯이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가끔 자기 앞길 조차 아득할 때가 있다.
나침판과 네비게이션을 장착했지만 별자리 바라보며 길 찾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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